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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열심히 살았습니다.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3. 5. 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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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엊그제였는데 5월입니다.

지난 세월이 늘 그랬듯이 4월도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마무리하고 돌아보니 허무만 쌓여있습니다.

 

그래도 꽃은 폈습니다.

매발톱꽃이 피었습니다.

서부해당화가 폈습니다.

경주에서 귀하게 옮겨온 모란이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연못가 백리향이, 붓꽃이 제 알아서 꽃을 피웠습니다.

가장 이른 봄에 꽃을 피운 할미꽃은 민들레처럼 꽃씨를 바람결에 날려 보냅니다.

작년 봄에 심은 클레마티스는 무사히 겨울을 보내고 소담하게 꽃을 피웠습니다.

 

그래, 저들은 누가 뭐래도 제 알아서 꽃을 피우는구나.

온 우주의 도움을 받아서 꽃을 피우고 모든 존재에게 자신을 알리는구나.

어쩌면 생존이 치열한 삶 자체일지 모르겠다.

 

5, 늦기 전에 꽃씨를 뿌려야겠습니다.

꽃양귀비. 에케네시아. 루드베키아..... 작년에 받아둔 꽃씨를 마당 곳곳에 뿌리고 심어야겠습니다.

제 알아서 꽃을 피우겠지만, 온 우주의 도움을 받아 꽃을 피우고 생존하겠지만, 그 꽃을 지켜보고 도움을 주는 나도 우주의 아주 작은 먼지 같은 미세한 조력자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랬구나, 꽃을 피우기까지 나도 너희를 도왔나 보다.'

마당 가득 꽃을 피운 지난 4월, 그렇다면 나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해도 되지 않을까싶습니다.

우주의 한 부분으로 존재하며, 꽃이든 사람이든 우주 존재와 서로도움을 주고 받아가며 생존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해도 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5월, 나름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2023년 5월 1일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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