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마음 가는 대로 붓 가는 대로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3. 7. 18. 17:37

본문

 

 

" 붓 가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그리세요.

자기 생각대로 자신의 개성대로 그리면 됩니다."

너는 그러고 있느냐?

 

마리아 릴케 시인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모든 일 중에 가장 어려운 일이고 그 외 모든 일은 사랑하기 위한 준비일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어찌 사랑만 그러하겠습니까?

우리 인생살이 모두가 그러할 테지요.

한 송이 봄꽃도, 꽃이 지고 난 뒤에 여름 가을 겨울 내내 다음 해 꽃을 피우기 위한 준비일 뿐인걸요.

 

노인복지회관 한국화반 회원님들이 처음으로 붓을 잡고 첫 그림 첫 획을 긋기 위해 지금까지 준비해오지 않았을까요?

우연히 한국화반에 등록했을 테지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지도 모릅니다.

시청 노인복지회관에 1주일에 한번 수묵화 강좌 강사로 나가고 있습니다.

20년 가까이 수묵 산수화를 함께 해오신 익숙한 분도 계시고 처음 먹물로 그림을 그려보는 분도 계십니다.

나는 그분들보다 수묵화만 겨우 몇 걸음 앞서갈 뿐이지 그분들은 모든 면에서 나의 인생 선배이자 스승입니다.

그분들이, 지금 이렇게 만나 이야기 나누고 그림 그리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고, 이 시간이 정말 기다려진다고 말하더군요.

나 역시 그 시간이 기다려지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가끔 그림이 뜻대로 안 된다고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분들께, 그냥 붓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그리시라고, 누가 더 잘 그렸는지 서로 비교할 필요도 견줄 필요 없이 자기 생각대로 개성대로 그리시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고흐 그림과 모네 그림을 비교할 수 없듯이, 같은 시대 활동했던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을 비교해서 평가할 수 없듯이 회원님들 그림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자신의 기록이자 자기만의 작품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지금 즐겁게 행복하게 그리시면 그게 최고의 시간이고 최고의 작품이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며 물어봤습니다.

'너는 그러고 있느냐?'

 
2023년 7월 중순. 박영오 글 사진.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