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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편히 쉬었다가 가렴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3. 7. 11.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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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리려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차 안에서 아내와 아들 그렇게 세 식구가 비 그치기를 기다렸다.
빗소리 들으며 이런 얘기 저런 이야기 두런두런, 이내 비가 그쳤다.
인간 세상 희로애락도 수시로 비내리고 이내 그치는 듯이, 기쁜 일 하나 오면 화나는 일은 가고  슬픈 일 다음에는 슬며시 즐거운 일  자리 잡아 위로해 주고 그렇게 오고 가는 모양이다.

아들 부부가 오랫만에 집에 왔다.
아들은 하루전에 내려왔고 며느리는 호우주의보를 뚫고 늦은 시간에 왔다.
아내 목소리가 설레는 듯 들떠있다.
늦은 시간에 도착했는데 내일 아침 이른 시간에 떠난다고 한다.
아내가 아들 부부 온다고 과일과 여러 먹거리를 잔뜩 준비해 놓았는 데 제대로 밥 한 끼 못 먹이고 보낸다고 속상해한다.

아들 내외가 짐을 챙겨서 집을 나선다.
마치 초등학생 학교 가는 길처럼, 지갑은 잘 챙겼고? 휴대폰은 챙겼니, 잊은 물건 없이 잘 챙겨라.
현관문을 열고 따라나섰다.
엘리베이터가 올 때까지, 다음에는 황토방 아궁이에 따뜻하게 불지펴 놓을 테니 편히 쉬었다가 가거라, 운전 천천히 하고, 아쉬운 작별인사를 다시 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서로 마주 바라봤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16. 15. 14... 점점 내려가는  숫자를 보다가 '아차 그렇지' 베란다로 나갔다.
아들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604동 모퉁이를 돌아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오랫동안 바라봤다.
마음이 허하다.
우리 부모님도 그러하였을테지.
고등학생 시절, 방학 마치고 도시 자취방으로 떠날 때, 마당 끝까지 따라 나와 내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며 어서 가라고 손짓해 주시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2023년 7월 10일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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