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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서로 의지하며 보내자, 이 밤을.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3. 7. 2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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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 요란하게 내리는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무렵입니다.

폭우에 조심하라는 행안부, 시청, 산림청 등등에서 여러 안전 안내 문자가 와있는데, 알려줬으니까 지금부터 우리 책임이 아니라는 문자 같습니다.

내가 거처하는 지역 주변에 특히 비가 많이 내려 곳곳에 산사태와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황토방이 이중창에 황토 벽돌을 두텁게 쌓아 나름 보온과 방음이 잘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견고함을 뚫고 빗소리와 개울물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옵니다.

비가 많이 내리는 모양입니다.

이런저런 걱정으로 잠이 멀리 달아났습니다.

내가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것은 적당함을 전제로 합니다.

지금은 그 알맞음이 한참 지나갔습니다.

엊그제부터 개울물이 급격히 불어나 오두막 축대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거칠게 내리는 개울물 소리에 무사하기만 바라고 있습니다.

 

방문 앞 데크 위로 우리 집 강아지 삼월이 둘리 잠자리를 옮겼습니다.

두 놈이 걱정돼 자주 어두운 창문 밖을 내다보면 강아지 두 마리의 두려워하는 눈동자와 나의 불안한 눈길이 서로 교차합니다.

그래, 비 거칠 게 내리는 이 밤, 삼월이 둘리 너희 있어 외롭지 않고 너희는 내가 있어 두렵지 않으리.

우리 서로 의지하면서 이 밤을 지새우자.

제발 비 그치고 이 밤이 무사히 지나가길, 모두가 평안하시길 기도합니다.

 

20237월 하순.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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