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4년 전에 어린 등수국을 서너 포기를 구입해 오두막 마당에 심었습니다.
구입할 때, 사진으로 본 등수국은 건물 벽을 타고 올라 가득 핀 흰 꽃이 건물을 덮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기대하고 포트에 담긴 어린 묘목을 심었는데 2,3년 동안 꼼짝도 안 하더군요.
이 지방에는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아닌 모양이다 했습니다.
겨우겨우 생명을 이어가더니, 올해 들어서 훌쩍 키가 크더니 처음으로 꽃을 피워줬습니다.
나무를 타고 올라가거나 벽을 덮기에는 아직도 멀었지만, 몇 뼘 자라 꽃을 피워주는 것만으로도 기특합니다.
저는 막내로 자랐습니다.
재바르고 영악하지 못해, 늘 부족하고 어리숙해서 부모님은 아마 걱정을 많이 했지 싶습니다.
어머니는 자주 '막내가 20살 넘길 때까지 살아야 하는데' '달도 30일 지나면 보름달이 되는데.....' 자주 혼잣말을 하곤 했습니다.
어리숙한 저놈이 20살 정도 넘기면 철들어 자기 밥벌이할 정도는 되겠지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면서도 '막내 저놈은 착하고 꾀피우지 않고 부지런해서 분명히 복 받으면서 잘 살 거야' 하셨습니다.
아마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 속에는, 얼뜬 막내는 빠지지 않고 꼭 있었지 싶습니다.
다행히 어머니는 내가 서른 무렵에 결혼하고 손녀 손자 안아보고 아이들이 제법 클 때까지 우리 곁에 계셨습니다.
할머니를 잘 따르고 좋아하던 우리 아들딸도 나를 닮았는지 자랄 때 그렇게 영악하거나 재바르지 못하고 그냥 무던했습니다.
등나무처럼 나무나 벽을 타고 오르는 나무수국을 등수국이라고 합니다.
등수국이 아마 뿌리내린 곳에 살아남으려고, 무던히 애썼던 모양입니다.
겉은 침묵하고 있었지만 뿌리는 다음 성장을 위해 꾸준히 준비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이 어린 등수국이 결국 나무와 벽을 오르고 그 벽을 넘고 덮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천천히 꾸준하게 가고 있다면, 기다림의 시간만큼 큰 성장이 있더군요.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한 등수국이 벽을 덮고 넘을 수 있기까지 역시 긴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하겠지요.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간절한 기도와 염려 덕분에 얼뜬 막내가 밥벌이하면서, 손녀 손자도 결혼해서 제 밥벌이하면서 잘살고 있습니다.
결혼한 손녀가 출산을 하고 얼마 전에 증손녀 돌잔치도 했습니다.
저도 어머니처럼 저의 기도 속에는 아들딸 며느리 사위 손녀 잘되라는 기원뿐입니다..
오늘은 달이 무척 밝네요.
아마 보름달인가 봅니다.
어머니가 무척 보고 싶은 날입니다.
달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2024년 5월 하순.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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