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며칠을 보려고 일 년의 긴 기다림.
‘꽃’
우수수 그 꽃이 진다.
1978년 1월 20일 육군 입대, 논산 훈련병 시절.
군 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고참 훈련 조교가 자기는 벚꽃 필 무렵에 전역한다고 한다고 자랑한다.
우리 훈련병을 측은 하듯이 바라보며 ‘넌 그 벚꽃이 몇 번 피고 지고 해야 제대하냐’ 조롱하듯 복창하라고 한다.
“넵, 벚꽃이 3번 피고 지고 해야 됩니다.”
조교는 그렇게 대답하지 말고 ‘벚꽃이 피고지고 피고지고 피고지고 해야됩니다.’ 그렇게 대답하라고 시켰다.
”넵, 벚꽃이 피고지고 피고지고 피고지고 해야됩니다.”
3년 군 복무를 갓 시작한 우리 훈련병은 다시 큰 소리로 복창했다.
군입대 첫 벚꽃도 아직 아득한데, 언제 그 꽃이 3번 피고지고하냐.
그 세 번 피고 지는 벚꽃이 왜 그렇게나 아득했는지......
이젠 그 꽃이 지는 것이 하나하나 다 아쉽다.
엊그제는 장미가 지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갓 핀 꽃양귀비가 우수수 지는구나.
그래, 지는 꽃이 있으면 다시 피는 꽃이 있는 것이 자연의 순리.
꽃이 진다.
그 곁에 노랑 낮달맞이 꽃이 핀다.
패랭이꽃이 저도 여기 있어요 소리친다.
다행이다.
2024년 6월 초순.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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