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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는 거꾸로 읽어도....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4. 6. 13.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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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가 보고 싶어서 딸아이 집에 갈 때, 이른 새벽잠이 깨면 공허하게 천정만 바라보거나 휴대폰만 볼 수가 없어서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꼭 챙겨갔습니다.

딸아이 서재에는 건축공학을 전공한 딸아이의 책과 인터넷 검색포털 회사에 근무하는 사위의 전문 서적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딸 부부가 읽던 수필 책이 더러 있어서, 그중 몇 권을 찾아서 읽기도 합니다.

우연히 '시의 문장들'이란 책이 눈에 들어와 읽기 시작했는데, 페이지마다 왼편에는 작가가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시() 한 문장을 간추려 옮겼고 오른편에는 그 시()에 대한 작가 자신의 감상을 써놓았습니다.

왼편 시() 한 문장은 굵은 글씨로 위에서 밑으로 세로쓰기로, 오른편은 보통 크기 가로쓰기로 편집해 두었습니다.

정제된 시() 한 문장을 읽고 그 시()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감상을 읽고...... 내가 알고 있는 시인이 등장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시 문장도 간혹 보여서, 작가의 감상평도 좋고 해서 단숨에 책 한 권을 다 읽었습니다.

두고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집에 올 때 챙겨 왔습니다..

어둠이 슬며시 떠나는 시간, 서늘한 오두막 화실 마루에서 천천히 다시 읽은데...... 문득, 지금까지 왼편의 시() 문장들을 역순으로 읽었음을 눈치챘습니다.

보통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기에 그렇게 읽었는데, 위에서 밑으로 쓰는 세로쓰기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하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역시 시()는 시()이구나.

시인의 마음을, 생각을 간추리고 간추린 정갈한 시어(詩語)는 줄을 바꿔서 읽어도, 오른쪽에서부터 읽든, 왼쪽에서부터 읽든 그 의미가 통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다시 처음부터 책을 새로 읽는데, 새로운 시 문장을 새 책을 읽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두 번을 새롭게 읽고 새롭게 느끼고 있습니다.

김이경 지은 '시의 문장들'

 

2024년 6월 중순.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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