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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소비 하며 사치 좀 했습니다.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4. 6. 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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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번 과소비하며 사치 한번 부려보려고 작정하듯 마음먹었다.

비가 온다.
서둘러 오두막화실로 왔다.
후드득후드득 비 내리는 소리, 구들 온돌방 따뜻하게 데워 놓고 길게 낮잠 자기 딱 좋은 날.
강제 휴식, 이런 날도 있어야지.
비 오는 날 점심으로 얼큰한 라면이면 딱이지, 뭘 더 바라.
묵혀뒀던 과일주 한 잔이면 더 좋은데, 아쉬운 대로 캔맥주.
안주는.... 글쎄, 살짝 외로운 마음이 안주가 될까?
귀한 안주거리 외로움은 아직 아껴두고, 참치 캔이나 먹다 남은 과자 부스러기로 대신하지 뭐.
인스턴트 믹스 커피도 한 잔 하며, 마누라 잔소리 미리 예방차원에서 커피봉지는 라면 봉지와 함께 증거인멸 해버리고, 비에 젖어 쓰러진 꽃이야 제 알아서 어떻게 하겠지 뭐.
자주색 초롱꽃이 올해 처음 피는 날인데 하필 세차게 비 오는 날이구나.
내가 걱정한다고 달라지지 않는 일이라면 그냥 즐기자.
에라 모르겠다.

등 뜨시고 배부르고 취기까지 더하니까 좋구나.
이걸 행복이라 말하면 좀 없어 보이려나.
남이야 뭐라 하든 내 행복은 이 정도이면 아쉬운 대로 충분하다.
등이 따뜻하다. 슬며시 잠이 온다.
오늘 비가 온 덕분에 지갑 열지 않고도 과소비하고 사치 좀 부렸다.
적당한 외로움은 아껴서 묵혀둬 다음 비 오는 날 펼쳐보자.
그나마 남겨둬서 다행이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빗소리 요란하다.
김소월이가 그랬나, 한 닷새 왔으면 좋겠다고.

 

2024년 6월 8일 비오는 날.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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