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들리는 절집, 스님과 마주 앉아 차를 마시는 고사목으로 만든 자그마한 통나무 탁자가 있습니다.
아마 느티나무인 듯, 탁자 단면에는 수십 수백 겹 나이테가 촘촘하게 박혀 아름답게 물결치고 있습니다.
오래된 나무가 만들어낸 추상화인 듯, 한 겹 나이테와 또 한 줄의 나이테 사이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시간과 생존하기 위한 나무의 노력, 그 시간 속에 잠겨있는 희로애락이 머물고 기록돼 있겠지요.
나무처럼 나도 1년 사계절의 시간을 담은, 예순개 이상의 나이테를 나의 몸속에 새겨가고 있습니다.
나 또한 촘촘한 나이테로 내 자신의 몸을 단단하게 지탱하고 아름다운 무늬결로 채우고 있는 걸까.
생존한 모든 사람이,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만의 인생사를 담은 자신의 나이테로 채워가고 있습니다.
문득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2024년 7월 1일.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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