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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는 게 아쉽습니다.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4. 6. 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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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쁘다.

내가 말하고 내가 듣습니다.

아주 낮은 목소리라 꽃은 무슨 말인가 했겠지요.

알아듣지 못해도 내 표정으로 이미 짐작하였을 테지요.

진정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대부분 서툰 몸짓과 표정으로 알 수 있으니까요.

 

올봄에 꽃양귀비 씨앗을 구입해, 씨앗 봉투의 설명대로 모래와 섞어서 흩어뿌렸습니다.

조바심하며 파종한 곳에 자주 서성거렸고 제법 오랜 기다림 후에, 대견하게 새싹 돋고 한 두 송이씩 꽃이 피더니 이내 여러 송이가 함께 피기 시작했습니다.

꽃 피기 전에, 흔한 빨간색 말고 여러 색깔의 꽃이었으면 좋겠다고 은근히 기도처럼 기대했는데 다행히 여러 색깔의 꽃이 피었습니다.

빨강. 흰색. 연분홍. 주황색. 겹꽃.... 다양한 색깔의 꽃양귀비가 피었습니다.

양귀비가 핀 꽃밭에 아예 의자를 가져다 놓고 해뜨기 전에 자주 마주 바라보며 혼잣말을 합니다.

예쁘다. 예쁘다.

하루 이틀 만에 우수수 지는 꽃이 아쉽지만 그나마 빼곡하게 돋아난 덕분에 매일 다른 꽃대를 올려 꽃을 피워줍니다.

고맙다.

꽃양귀비는, 꽃을 품고 있는 봉오리를 마치 기도하는 듯 머리를 숙이고 있다가 꽃 피기 직전에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기다렸다는 듯 '나 여기에 있소' 하고 꽃핀 자신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며칠만에 양귀비꽃으로 가득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예쁘다 예쁘다' '고맙다 고맙다 ' 혼잣말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뿐입니다..

, 아쉽다. 혼자 보는 게.

 

2024년 6월 하순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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