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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왔습니다.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4. 7. 25.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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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구릉이, 검은 숲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그 사이로 독일 농촌마을이 드문드문, 작은 교회가 어울리는 마을.

'프랑크푸르트'에서 '베르트하임'으로 가는 길 버스 차창으로 바라본 풍경

 

낯선 곳에서는 우리집 마당에 피는 꽃을 만나도 반갑다.

널 여기서도 만나는구나

'에케네시아 꽃'을 독일 낯선집 정원에서 만났다. 반갑다.

건너에는 능소화가 담장에 피었다. 너도 반갑다.

독일 '밤베르크'에서

 

독일 밤베르크에서였던가? 낯선 곳 낯선 장소에서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손잡고 내달려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해, 버스를 기다리며 유럽 도시 변두리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지나가는 비려니 하였습니다.

세차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이 여행에 추억 하나를 더 얹어주는구나, 탈 없이 비가 그쳐 준다면 이 또한 여행 스토리 중에 하나 일거야 하며 아내와 손잡고 비를 하염없이 바라봤습니다.

아주 잠시이지만 고향 생각 아이들 생각 그리움 그런 복합적 마음이 스며들었습니다.

다행히 비는 이내 그치고 햇살 부시는 풍경으로 돌아왔습니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이번 중부 유럽 여행을 하며, 여행 내내 이번 여행의 의미는 뭘까 생각해 봤습니다.

아내 퇴직 기념 여행이었지만, 혹시 남들 다 가는데 하며 유행처럼 떠나는 것은 아닐까? 혹시 자랑질하려고 가는 것은 아닐까? 등등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인데, 요만한 건강이라도 될 때 떠나자,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한번 가보자, 나중에 후회하지 말자, 뭐 그런 생각.

애당초 꿈은 나와 아내가 퇴직하면 배낭 메고 오가는 비행기 표만 예약해서 떠나볼까 했는데, 배낭에 최소 생존도구와 그림 도구만 챙겨서 유럽 이곳저곳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니며 쉬며 보며 그림 그리며 그렇게 다녀오는 것을 꿈꿨는데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서, 여행사 프로그램대로 다녀왔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줄어드는 체력처럼 용기도 함께 줄어드는가 봅니다.

짧은 여행 기간이었지만, 하루 여행을 마무리하고 숙소에 돌아오면, 아내는 그날 여행을 메모하고 내일 다녀볼 곳을 살펴보더군요.

나는 여행 중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부근 풍경을 짧게 짧게 스케치하고 풍경을 사진에 담아둬 숙소에 돌아와 스케치를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알차게 보고 경험하고 무사히 잘 돌아왔습니다.

그게 당연한 일이지만 최고로 감사한 일이지요.

도시 이름도 여행 풍경도 시나브로 잊혀가겠지만 가끔 사진을 꺼내보며 기억 되살려서 추억할까 합니다.

오늘도 이번에 여행했던 장소가 ‘TV 세계테마기행에 나오자, 아내를 급히 소리쳐 불러 우리가 갔던 곳이라고, 함께 시청하며 벌써 공감하며 추억하고 있습니다.

예순 중반이 넘으면 촌스럽게 그러면서 사는 거지요 뭘.

 

2024년 7월 하순. 박영오 글 그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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