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체코 프라하 여행 중 제법 길게 주어진 자유시간, 유럽 중세 교량 중에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받고 있는 ‘카를’교 끝자락에서 어두워지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화첩을 꺼내 들고 붓펜으로 급히 강 건너 풍경을 스케치하고 있습니다. 나름 오랫동안 꿈꿔왔던 내 마음속의 한 장면.
사진으로만 살펴봤던 그 풍경이 시간 시간 한 장면 한 장면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어둠이 서서히 프라하 ‘볼타바’ 강에 내려앉고 그리 화려하지 않은 은은한 야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야경이지만, ‘프라하’이기에 특별한 것.
강 건너 고색창연한 프라하성과 성당이 실루엣으로 어둠 속에 잠기고 서서히 주황색 조명이 들어오는데, 왜 갑자기 숙연해질까?
시끌시끌거리던 소란은 어둠과 함께 서서히 잦아들고 어둠 속에서 다들 말없이 강 건너 풍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품고 있는 수많은 그리움이 볼타바 강물 따라 흘러가고 있습니다.
먼 나라 낯선 도시에서 아내는 나에게 기대고 나는 아내를 의지하며 말없이 서로 손을 잡고 강 건너 흐린 불빛을 오랫동안 바라봤습니다.
2024년 7월 하순. 체코 프라하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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