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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었습니다.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4. 8. 2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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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용아장성과 봉정암(2024년 박영오 그림)
설악산 소승폭포(2024년 박영오 그림)-아직 그리고 있는 미완성 작품

 

 

길을 잃은 듯합니다.

나의 한국화 그림 작업의 길을 잃었습니다.

사막 한가운데 홀로 서있는 듯, 깊은 숲 속에서 길을 잃어 방향감각 없이 반복해서 돌고 도는 듯합니다.

그림 좀 그렸다고 붓질 조금 했다고 으스대지만 남의 흉내나 내는 그저 그런 사람이 아닐까? 나는 누구인가? 내가 가고 있는 길이 과연 바른길인가? 내 그림의 정체성은 과연 있는 걸까? 왜 그림을 그리지? 그림 작업과 관련하여 온갖 질문을 내 자신에게 쏟아 내고 있습니다.

애당초 답이 없는 질문, 오직 나만이 그 답을 알고 있는 질문, 그저 길을 잃고 헤매며 자조하는 물음인걸.

가수 나훈아를 흉내 내는 모창 가수 너훈아는 아무리 자기 노래를 불러도 나훈아를 흉내내는 가수, 나훈아를 넘어설 수 없는 너훈아일 뿐일까.

난 나훈아인가 아니면 너훈아인가?

그림의 길을 잃은 듯합니다.

이미 오래전 한때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있었는데 다시 그 고민이 스멀스멀 기어 나옵니다..

아마 많은 화가들이 나처럼 이런 고민을 하고 정답을 찾고 해답을 찾아 헤맸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정표도 나침반도 없이 사막에서, 동서남북 구별할 수 없는 깊은 숲 속에서 길을 잃은 듯합니다.

나 스스로 그림 속에서 길을 잃고 갇혔습니다.

지금까지 제대로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돌아보고 다시 앞을 보니 누구에게나 똑같은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의 그림 그리는 길을 따라왔던 것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이 아니라 나의 나만의 그림 길을 알고 싶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나의 길 나만의 길로 이미 가고 있을지도 모르고, 나의 길은 그 누구도 가르쳐 주거나 대신해줄 수 없는 나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림의 길도 인생의 길도 해답은 늘 스스로가 찾아야 하고 사람 사람마다 그 정답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2024년 8월 22일. 박영오 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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