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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나를 소개한다면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4. 8. 2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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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할슈타트(2024.7. 박영오 사진)

 

아들과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할 때, 자기소개서를 써서 가끔 살펴봐달라고 원문을 메일로 보내곤 했습니다.

이 아비가 보기에는 자식들의 자기소개서는 늘 뭔가 부족했습니다.

아무리 정성 들여서 쓰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포장을 해도 우리 아들딸의 노력과 재능, 심성이 모두 담기지 못하고 늘 부족한 듯했습니다.

모든 부모가 그러할 테지만, 이 아버지가 곁에서 지켜봐 왔던 아들 딸의 수많은 노력과 뛰어난 재능, 성실하고 착한 성품, 많은 경험, 장차 이루어 낼 비전을 글로 다 담아내지 못했더군요.

그래서 이런 문장을 덧붙이고 이러면 어떻겠니 하고 조언을 해주면, 결국 자신이 쓴 간결한 문장으로 제출하더군요.

팔불출 아버지의 눈으로, 자기 자식을 객관화 하지 못하고 아비의 마음으로 바라봐서 그럴 테지요.

 

문득, 만약 내가 노인대학에 들어갈 때 자기소개서가 필요하다면, 나의 '자기소개서'를 쓴다면 어떤 문장으로 써야 할까 상상해 봤습니다..

무얼 어떻게 써야 지금의 내 모습과 나의 마음, 나의 가치를 글로 알려줄 수 있을까요.

내가 다니고 졸업했던 학력을 길게 기록하고 내가 다녔던 직장에서 무슨 일을 했고 어떻게 지냈고 지위는 무엇인지, 자식들은 뭘 하고 있고 내가 가진 재산은 얼마고 건강은 어떻고, 무슨 일을 자신있게 할 수 있는지 그런 설명을 길게 풀어쓴 글이 과연 내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자기소개서를 읽고 나를 믿어주고 진정한 나를 알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게 진짜 나 맞을까?

내 나이 또래까지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고 삶의 자격이 훌륭하다고 자기 일에 최고라고 자부할 텐데, 그런 자랑이 넘쳐나지만 살펴보면 여전히 철이 덜든 사람들이 많던데, 나도 그중에 한 명이 아닐까?

화가가 자화상을 그리기 위해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듯이 내가 나의 마음을 들여다봤습니다.

너는 누구고 뭘 하는 놈이냐?

아상 허상으로 가득 찬 나를 죽비로 내리쳤습니다.

 

2024년 8월 하순.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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