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지나고, 제법 긴 여행에 돌아오니 잡초가 사람 키만큼 자라 있습니다..
엄두가 나지 않아 며칠 동안 저걸 어쩌지 하며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핑곗거리 없어 더운 날씨만 나무랐습니다.
에라, 잡초가 뭐라고 이리 겁내냐, 까짓거 한번 해보는 거지 뭘, 이른 새벽 양팔 걷어 부치고 마당가에 자라는 잡초부터 제거했습니다..
막상 해보니까 줄어드네요.
그래, 걱정하고 날씨 탓하며 잡초만 나무라지 말고 조금조금씩 한번 해보자, 그러다 보면 성가신 잡초 줄어들고 가을 오고 겨울 오겠지.
인생살이도 다 그런 마음으로 덤비면 걱정거리 하나씩 줄어들 텐데 이런저런 핑곗거리 먼저 둘러대며 도망 다니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문득 듭니다.
어라, 시청 알림 문자에서 폭염주의보 내렸다고 시원한 그늘에서 쉬라고 하네요.
특히 나 같은 노인들은 야외 활동을 조심하라는 당부의 안내 문자, 나라님이 일하지 말라는데, 오늘은 쉬어볼까.
그래 까짓거 쉰들 누가 뭐라 말하고, 꽃밭에 잡초 좀 자란들 무슨 큰일이 생기리오.
내 몸속에 아픈 병도 적당히 참아가며 살아가는데, 무릎 아픈 것도 참아보고, 허리 통증도 나이 들어서 그러려니 하며 다독이며 살아가는데, 마음 아픈 것도 속상한 것도 세상살이 다 그렇지 하며 살아가는데, 마당가에 잡초가 무슨 큰일이라고 이렇게 걱정하는가 싶습니다.
그래그래 세월 가다 보면 서늘한 찬바람 불어오는 가을 문턱이겠지요.
그렇게 그렇게 이 더운 여름 한번 견뎌보자.
그대도 나도 그러다 보면, 옷깃 여미는 서늘한 가을 오겠지.
어라, 가을로 들어선다는 ‘입추(立秋)’는 벌써 지났고, 엊그제였던가 늦여름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暑)'라던 데, 이미 가을이 문턱에 걸터앉아 기웃기웃거리는 듯.
2024년 8월 하순.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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