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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즈음에....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4. 8. 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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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서른을 지나 마흔으로 들어설 무렵에 처음 들었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노래가 쉰 살에 들었을 때에도 그 감성을 느꼈고, 환갑을 앞뒀던 그때 예순즈음에나 70을 코앞에 둔 지금 "일흔 즈음에'로 곡 제목을 고쳐서 들어도,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노랫말이 가슴을 울립니다.
그리고 30년전에 봤던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 중 그 유명한 대사 'crepe diem(지금 현재를 즐겨라)'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의미로 재해석되어 다시 다가오고.....

외손녀가 태어난지 15개월 남짓, 어미의 육아 과정을 지켜보며, 아이가 웃을 때마다 같이 웃으면서 기뻐하고 때로는 힘들어하며 때로는 성큼 자라는 모습을 보며 함께 뿌듯해져 오는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딸아이는 손녀를 다독이며 이끌고 가르쳐 주며 점차 엄마로 자리잡아 가고 있고, 손녀는 차츰차츰 유아기에서 아동기가 되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모든 유아기 아이들처럼 밥 안먹는다고 투정 부리도 하고 때로는 작은 기침 하나에도 화들짝 놀라 병원에 가기도 하면서, 이 무렵에 할 수 있는 재롱과 '엄마 아빠' 그 말 한마디에도 같이 손뼉 치며 기뻐하고 있습니다.
딸아이가 가끔씩 육아로 힘들때, 아내에게 전화해 도움을 구하기도 하며 하소연하고 투정(?)을 부리기도 하는데, 아내는 외할머니답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줍니다.
그런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갑자기 지금을 즐겨라 'crepe diem' 이라는 영화 대사가 생각나더군요.
그래 그래야지, 바로 그거야 crepe diem!
다시 오지 않을 이 찰나의 시간들, 나중에 돌아보면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손녀의 재롱떠는 유아기와 아동기의 이 시간, crepe diem!
지금 힘들고 어려워도 이 순간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바로 'crepe diem'이 아닐까?
힘들어 하는 딸아이에게, 힘든 지금 이 시간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즐겁게 지내라고 이내 지나가는 이 시간을 즐기라고 crepe diem 하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 말하지 못하고, 대신 에둘러 '네가 힘들어하는 만큼 우리 손녀가 성큼성큼 잘 자라고 있고, 너희 부부의 보살핌과 사랑이, 할아버지 할머니 우리 사랑이 고스란히 손녀 마음과 몸에 담겨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그렇게 말해주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일흔 즈음의 내 나이, 나의 crepe diem을 가만히 다시 들여다보게 되고, 그럼 나는 나의 인생, 일흔즈음의 crepe diem은 무엇일까?
김광석 '서른즈음에' 노래를 소리 낮춰 틀어놓고 조용히 감상하며 따라 불렀습니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엔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

 

https://youtu.be/mnh3X3wzpYs?si=Vy-wgdMLdQQp7dv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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