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이었던가?
이미 지나간 시간은, 시간의 개념도 장소의 기억도 그리 명확하지도 않고 별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원주시 신림면 어디였는데,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서울 올림픽 공원에 있는 '소마 미술관'에 다녀오며, 원주 신림 IC를 빠져나와, 여기 어디쯤 어딘가 숲 속 카페가 있다고 했는데, TV에 한번 소개된 카페 이름을 어렵게 기억하고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시골길을 거쳐 카페에 도착했다.
조금은 한적한 시골 카페, 정원 마당과 숲이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나는 내 취향대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나와 단둘이 동행한 여성은 이 집만의 대표 커피를 주문했는데, 약간의 커피에 미숫가루를 섞은 맛, 그냥 오리지널 커피로 주문하는 건데, 사람마다 각기 다른 취향인 것을 주인장 잘못은 아님.
아..... 오늘따라 스케치 도구를 준비하지 않았네, 창문 턱에 아주 작은 화분에 이름 모를 앙증맞은 풀인 듯 꽃인 듯 자라고 있다.
미술관에서 받은 전시회 팸플릿 여백에, 그냥 늘 그랬듯이 습관적으로 볼펜으로 끄적끄적 급히 스케치해본다..
스케치한 것에 연두색과 녹색을 섞어 푸른색을 입히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집에 도착하면 그래봐야지.
집 책상에는 그래 그렇게 끄적거린 그림이, 생각날 때마다 메모해 둔 글이 이 구석 저 구석마다 낙엽처럼 쌓여있다.
동행한 여성분이 마당 정원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그렇게 화려하지 않게, 그렇다고 누추하지도 않게 꾸며놓은 정원, 이 정도 정원을 가꾸려면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지 경험상 잘 알고 있다.
같이 간 여성분이 정원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이 무척 여유 한가롭다.
아닌 척 무심한 척 몰래 사진을 찍었다.
낯선 곳 익숙하지 않은 풍경은 세세하게 둘러보게 되고 언제 다시 오려나 오히려 오래 머물게 한다.
갑자기 손님이 많아졌다.
우리가 앉은 창가 자리가 탐이 나는지 우리 자리를 슬쩍슬쩍 넘본다.
이래저래 오래 머물러 주인장 눈치가 슬슬 보인다.
뭐 어때, 비싼 커피에 디저트까지 시켰으면 오래 머물고 쉬어갈 자격 충분하지.
여성분과 마주 앉아 특별한 대화나 관심거리 없이 대부분을 어린 손녀 이야기와 정원의 꽃과 나무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동행한 여성이 집에 가려면 두어 시간은 걸린다며 출발하자고 말한다.
야외 정자 그늘에 앉아도 덥지 않고 춥지도 않은 계절에 다시 오자고, 뻔히 지키지 못할 말을 아내에게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우리 집이 최고이지, 우리집 경치 절반도 안 되면서...... 커피 잘 마시고 편히 쉬었다 가면서 괜히 심술부려 본다.
어쩌면 가을비 촉촉이 내리는 날 다시 오고 싶기도 하고, 아니지 경치 좋은 곳마다 수많은 카페가 있는 데 굳이 뭘.
단둘이 가는 이 여행에 기꺼이 동행해 준 아내는 피곤했던지 차창에 기대어 잠이 들고, 혹시나 잠이 깰까 음악소리 낮추고 그렇게 두어 시간을 달려, 귀소본능이 스멀스멀 올라올 시간, 어둑어둑할 그 무렵에 집에 돌아왔다.
그나저나, 자고 일어나니 9월, 순식간에 지나가는 시간, 월급 통장의 돈보다 더 빠르게 빠져나가는 이 세월을 어쩌나.
2024년 9월 1일.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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