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우리 나이에는 사진도 재산이 되더군요.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4. 12. 5. 05:51

본문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살아온 날이 많다는 것은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며 추억할 이야기가 많다는 뜻일 테지요.

19개월 된 외손녀 육아를 도와주며 아이 어미가 자란 그 시절은 우리 부부가 어떻게 키웠을까, 외손녀처럼 이렇게 재롱을 부렸던가 자주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그러면서 가끔 아이들 어린 시절의 사진을 찾아보게 되고, 사진 한 장이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이 됩니다.

우리 아이들 초등학교 2, 3학년 봄방학 무렵에, 화보 사진이나 달력 사진에 자주 등장하던 전남 순천 선암사를 여행하였습니다.

이른 새벽에 출발해 아침 무렵에 도착했습니다.

2월 하순, 봄이라 하기에는 아직 이르고 겨울이라 하기에는 왠지 아쉬운, 겨울이 머물러 있는 서툰 봄날로 기억됩니다.

아이들 손을 잡고 비포장도로를 한참 걸어 들어가며 만난 선암사 첫 풍경이 승선교강선루였습니다.

승선교아래에서 멀리 강선루를 바라보는 풍경은, 선암사를 대표하는 사진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그곳에서 담아둔 아이들 사진 한 장이 2, 30여 년 전 시간으로 돌려주며, 사진을 보고 또 보게 합니다.

이런 감정을 추억이라 말하는가 봅니다.

언젠가, 선암사 매화꽃이 좋다고 하기에 매화꽃 필 무렵 아내와 둘이 다시 찾았더니 매화는 이미 지고 벚꽃이 한창이더군요.

아내와 그 시간을 돌아보며 기억을 퍼즐 끼워 맞추듯이 겨우 맞춰가며 추억을 되살리고 있습니다.

국가가 인정한 경로우대 나이에 접어들고 보니 추억도 재산이 되더군요.

나이가 들면 늘어나는 재산보다 줄어드는 재산이 더 많다고 하더니, 추억은 퍼내고 퍼내도 줄어들지 않은 재산인 줄 알았더니, 하나둘 기억이 사라지고 줄어듭니다.

그러고 보니 다시 기억을 되살려주는, 추억할 사진도 재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게 재산이라면 나도 제법 부자입니다.

 

2024년 12월 5일. 박영오 글 그림.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