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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가는 길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17. 4. 4.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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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가는 길 - 박영오 2016년 작품 


봉화 춘양에 가면 ‘각화사’라는 절이 있는데, 
그 사찰은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태백산 사고(史庫)’를 지키던 절로 이름이 나있습니다. 
‘사고(史庫)’는 당연하게 삼재(불. 물. 전쟁)을 피할 수 있는 깊은 산속 명당터에 자리 잡았겠지요. 
지금도 각화사 ‘태백산 사고(史庫)’터를 찾아가면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할만한 그런 곳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깊은 산속입니다. 
그 깊은 각화사에서 다시 등산하듯 40여분을 산길을 더 오르면 ‘동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하나 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곳에 암자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니와 또 알고 있다고 해도 길이 멀고 험해 찾는 사람이 드뭅니다. 
더구나 암자에 계시는 스님이 말하지 않고 지내는 ‘묵언수행’ 중이라서 아랫절에서 출입을 막습니다. 

지난 늦가을 홀로 구도하는 심정으로 ‘동암’을 찾았는데, 깊은 산중이라 그곳은 이미 겨울이 곧 닥쳐올 듯하고 적막하기만 했습니다. 
하루 종일 있어도 사람 그림자도 볼 수 없는 그곳에, 스님이 돌부처처럼 앉아 미동도 없이 홀로 참선하고 있더군요. 
암자 마루턱에 걸터앉아 있는데, 내 거친 숨소리가 어찌나 크게 들리는지, 혹시나 스님 수행에 방해되지나 않을지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먼발치에서 스님을 바라보며 한참을 앉았다가, 우물가에서 물 한 모금 길어먹고 발자국 소리 죽여 가며 다시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각화사 동암을 다녀오고 난 다음부터는 자꾸 그 스님 생각이 납니다. 
바람이 몹시 불어 창문이 심하게 덜커덩 거리는 날에도, 눈이 심하게 내리는 겨울날에는 어떻게 지낼까? 
도반(같이 수행하는 스님) 하나 없이 그 긴 밤을 어떻게 지낼까? 
이렇게 눈오는 날이면 그곳에도 눈이 오겠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연히 만난 그 스님과 말 한 마디 나누지 못하고 눈길 한번 마주치지 않았지만 그때 봰 모습 그대로 지금껏 마음속에 남아있습니다. 
깨달음이란 그런 절대 고독과 깊은 수행 끝에 얻어지는 것이겠지만, 
나도 그런 수행이 그리워 그곳을 찾았지만, 홀로 깊은 적막 속에서 잠겨있는 스님을 봽고는 외롭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외로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홀로 있다고 외로운 것일까요? 
여럿이 같이 있어도 여전히 외로운 것은 왜일까요?
그 외로움이 내 마음속에 있는 외로움일 뿐인데, 
많은 사람들과 같이 있어도 결국은 혼자이기에, 그 혼자라는 것이 외롭고 사무칩니다. 
    
2016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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