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경사 일주문을 새벽에 천천히 걸어들어가며 - 박영오 작품 2016년 봄
새벽 3시에 문득 잠이 깨어 한참을 뒤척이다가, 오지 않는 잠을 애써 청하기보다 그 시간을 아끼자는 생각으로 붓을 잡았습니다.
막상 화선지를 펼쳐놓았지만 이 생각 저 생각으로 그림 그리는 일에 진척이 없습니다.
여전히 어둡지만 어둠이 차츰차츰 가시는 창밖을 물끄럼이 바라보다가 다시 붓을 잡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의 이 감정을 글로 쓰고 있는 일까지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네요.
그런데 이 세 가지 일 중에 어느 하나를 버리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베란다에서 어둠에 잠긴, 조금씩 동터오는 풍경을 별생각 없이 바라보는 것도 좋고, 이 새벽 시간을 아끼려고 붓 잡는 것도 즐겁고, 그 감성을 저장하려고 글로 쓰는 지금도 좋습니다.
세 가지 일 모두를 놓치기 싫어서 이른 아침 나름 허둥대는 내 모습을 내가 생각해도 우습네요.
혼자 실없이 웃으며 남들 다 잠자는 이 새벽을 나름 바쁘게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날이 맑으려나?
이 시간에 출발하면 동해 해돋이를 볼 수 있을까?
동해에 간다면 내친김에 보경사에 가볼꺼나?
이 새벽에 솔 숲에 쌓인 보경사 일주문을 천천히 걸어들어가면 어떤 풍경이고 어떤 감성으로 다가올까?
(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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