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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두고 온 것 같습니다.

편지 보냈습니다

by 더불어 숲 2017. 5. 1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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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혈사 나한전 문살 부분




무엇을 두고 온 것 같습니다.
성혈사 나한전 연꽃문살을 보고 떠날 때에도 뭔가 남겨놓고 가는 것 같아 뒤돌아보며, 무엇을 두고 가는 것은 아닌지 산을 내려오는 내내 마음은 그곳 언저리 어디에 머물며, 내가 남겨 놓은 그 무엇을 마음속으로 찾아다녔습니다.
용문사 대장전 윤장대를 보고 떠날 때에도, 부석사 저녁예불을 마치고 어둑어둑한 길을 걸어 내려오면서도, 늘 뭔가 남겨두고 온 것은 아닐까 곰곰이 뒤돌아보게 되더군요.


어쩌면 남겨둔, 잃어버린 그 무엇을 찾아 또 그곳을 찾아가게 되고, 막상 찾아가지만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몰라, 찾지 못하고 채우지 못해 늘 허전한 마음인가 봅니다.
잃어버린 것을 찾아 헤매는 것인지, 아니면 마음을 짐을 버리려고 떠나는 것인지 오늘도 마음이 먼저 길을 떠나 그 무엇을 찾아다닙니다.
이곳저곳 저잣거리를 헤매며 마음속에서 잃어버린 그 무엇을 찾아다니고, 막상 그곳을 떠날 때에는 또 다른 무엇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무엇을 놓고 온 것은 아닐까 의심하며 주머니를 뒤져보고 가방을 뒤져보게 됩니다.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니 마음을 두고 왔고, 시간을 잃어버렸고, 세월을 놓쳐버렸고, 세월 속에 두고 온 것과 잃어버린 것이 하나 둘이 아닙니다.
그런데 막상 무엇을 두고 온 것인지 여전히 난 모릅니다.


부석사 종루에서 해지는 서쪽 산야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스님도 나처럼 잃어버리고 두고 온 것이 무엇일까 마음 속으로 찾아다니는 것은아닐까요?
어둠이 산사에 내리고 나서야, 머뭇 머뭇거리며 발길을 돌리는데 먼 산을 바라보는 스님의 모습이 마음에서 떠나지를 않습니다.
그리고 놓고 온 것과 잃어버린 그 무엇을 찾아다니는 내 모습처럼 여겨집니다.


오늘도 무엇을 두고 오기는 했는데, 그게 뭔지 몰라 생각하고 생각했습니다.
아침 내내 무엇을 놓고 왔는데, 무엇을 잊어버렸는데 그게 뭘까 생각했는데, 그게 휴대폰이었습니다.
휴대폰처럼 눈앞에서 당장 찾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래도 좋은데, 마음 속에 놓고 온 것은 아무래도 찾을 수가 없어 여전히 허전합니다.
이순 나이의 인생에서 잃어버리고 두고 온 것이 어찌 한 두 가지이겠습니까 ?



(글 사진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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