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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동해 1박 2일 화첩기행 (3) - 이른 새벽 무릉계곡 삼화사 가는 길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17. 6. 14.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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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계곡 삼화사 가는 길 - 박영오 작품 (2017년 6월 11일 아침)




그림 그리로 가는 길, 여러 사람이면 함께라서 좋고 혼자라면 홀로라서 좋다.


집에서나 밖에 나와서나 어김없이 새벽 4시 무렵이면 눈을 뜬다.

억울하다는 생각보다 오늘은 다행이다 싶다.

혹시나 동료회원들이 잠이 깰까봐 조심조심 화구를 챙겨 혼자 가만히 숙소를 나선다.


해가 제일 길다는 하지가 열흘 정도 남은 새벽시간, 4시무렵인데도 모든 사물이 훤히 보인다.    

나름 챙겨입었는데도 새벽 찬공기가 얇은 옷속을 파고들지만 싫지는 않다.

숲속의 공기는 역시 다르다.

기분좋은 찬공기를 가르며 무릉계곡 초입에 있는 삼화사를 찾는다.

이 새벽시간에도 아주 가끔 산을 오르고 절을 찾는 사람이 보인다.

부처님 앞에 조용히 무릎꿇고 삼배를 올린다. 

적막한 공간 속에서 무심히 머물뿐인데도 마음은 충만하다. 


어제는 동료 여럿이라서 좋았고, 오늘 이 시간은 혼자 홀로라서 그래서 더 좋다.

일주문과 삼화사가 멀리 바라보이는 무릉계곡 반석에 앉아 화구를 펼쳐놓고 잠시 멈춘다.

아침햇살이 산꼭대기부터 조금씩 밀려내려오는 시간, 홀로 화구를 펼쳐놓고 붓을 들기 전에 무슨 종교의식을 하듯, 한참을 그림 그릴 풍경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한다.

마음속으로 구도를 잡고 붓을 들고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는 시간보다 멈추고 바라보는 시간이 더 많다.

멈추고 바라보는 이런 시간이 난 좋다.

그것도 대자연 앞에서, 나 홀로 작품하는 이 시간과 이 공간이 그리고 이 느낌이 너무 좋다.

이 느낌대로 그리자.

소박하고 간결하게 필요한 것만 그리자.


산꼭대기에서 출발한 아침햇살이 내가 앉은 자리까지 내려왔다.

먹으로 스케치 하듯 "삼화사로 가는 길" 아침풍경을 마무리한다.

채색은 집에 돌아가서 천천히 하자. 

무릉계곡 마당바위를 떠나 동호회 동료들이 기다리는 아침식사 식당을 찾아 내려간다.

어제 기분좋게 마신 술이 속을 쓰리게 한다.

오늘 아침식사는 황태 해장국이면 좋을텐데......



(글 그림 사진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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