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수재정 - 박영오 작품 (2015. 여름)
저 홀로 피었다가 저 홀로 졌는지 산을 오르는 기슭에 찔레나무가 이미 진 꽃을 아직 매달고 있습니다.
찔레꽃이 필 무렵이면 가뭄이 든다고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곤 했는데 꽃은 이미 벌써 졌는데 가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야 견딜 만하겠지만 땅거죽에 얕게 뿌리를 내린 작은 나무와 풀들은 잎이 시들시들 합니다.
그래도 한 곁에는 나리꽃과 초롱꽃이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이 가뭄에, 이 깊은 산 속에 저 홀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글쎄요, 우리 인간이 보기에 홀로 꽃을 피웠지만 꽃은 외롭지 않아 보입니다.
밤이면 반짝이는 별빛이 있고, 낮이면 벌과 나비와, 아름다운 새소리 늘 꽃 주위에 머물기에.......
나 또한 깊은 숲 한가운데 홀로 있지만 마음 가득함을 느낍니다.
들꽃이 있고 여러 나무가 가득한 숲이 있는데 무엇이 외롭겠습니까?
오히려 이 산을 내려가 숲을 벗어나면 외로움이 밀려옵니다.
마음이 담기지 않은 잡다한 언어들이 겉도는 사람들 무리 속에는 언제나 외로움이 배여 있습니다.
숲에는 부러 화려한 수식어를 쓸 필요가 없고, 마음이 담기지 않은 언어를 애써 들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숲에서는 외롭지 않은가 봅니다.
그나저나 비가 흡족하게 내려야 할 텐데.......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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