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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고 다니느냐?

편지 보냈습니다

by 더불어 숲 2017. 6. 28.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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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고 다니느냐?”
전에 어머니를 뵈면 첫마디로 늘 하시던 말씀입니다.
이제는 그렇게 물어봐주는 어머니가 곁에 계시지 않습니다.

“밥 먹었냐?”
아내가 장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리면 역시 장모님이 가장 먼저 하시는 말씀입니다.
아내는“엄마는, 내가 어린애도 아닌데 매일 밥 먹었냐고 부터 말해”하고 짜증 섞인 대답을 합니다.

과거에 가난했던 시절의 밥 한 끼는, 자식들에게 끼니때마다 든든하게 밥 먹이는 게 어머니들에게는 소원이 아니었을까요?
소원을 넘어서 신앙처럼 생각했을지도 모르지요.
아내는 저녁으로 서울에 있는 아이들과 전화 통화하면서 가장 먼저 물어보는 말이 “밥은 먹었느냐?”입니다.
아내도 역시 핀잔을 들으며 물어보는데, 물어볼 때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대답은 뻔합니다.

밥 한 끼가 주는 행복이 이렇게 큰 것인지 진작 몰랐습니다.
당연히 끼니때가 되면 차려주는 밥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다들 그렇게 지내는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외지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고부터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밥 한 끼 먹는 것이 일 년에 겨우 손꼽을 정도로 드문 일이 되었고, 요즘은 아예 혼자 밥 먹는 횟수가 많아졌습니다.

과거 주말부부로 생활할 때 교원사택에서 지내며, 일주일에 한두 번 집에 가면 아내가 이것저것 마음 써서 찌게나 국거리를 마련해줘 사택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는데, 냉장고에서 꺼내어 데워 먹는 것도 귀찮아 그저 밑반찬 몇 가지로 대충 한 끼 식사를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홀로 쌀 씻어 밥하는 것이야, 고등학교 때부터 줄곧 자취생활을 해 그리 어렵지 않는데, 식탁에 혼자 앉아 말라버린 밑반찬 몇 점으로 한 끼를 때우고 있는 내 자신이 서글퍼지는 것입니다.
그럴 때면 이게 인생인가, 남은 인생 내내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서울서 직장생활하는 자식들도 저녁으로 이렇게 '혼밥'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옵니다.
그래서 아내처럼 나도 자식들과 통화하면서,밥 때가 훨씬 지났는데도 "밥은 먹었느냐" 물어봅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짐작대로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고등학교 다닐 때, 타지에서 자취 생활하는 막내가 측은 했던지 고향집에 한 번 내려오면 어머니가 따듯한 밥 한 끼 먹이려 이것저것 준비하고 정성 기울이는 것을 보며, 밥 한 끼 먹는데 뭐 저렇게 힘들게 준비할까 대충 한 끼 때우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산나물 뜯어서 살짝 데쳐 된장에 버무리고 이것저것 푸성귀로 차린 소박한 어머니 밥상이 간절할 때가 많습니다.
어쩌면 그 밥상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아들을 위해 따듯한 밥 한 끼 준비하시던 어머니의 정성을 그리웠하는지도 모르지요.

"밥은 먹고 다니느냐?" 그렇게 물어봐주던 어머니의 그 말도 그립습니다.



( 글 사진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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