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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워 비가 내렸습니다 ( 이 또한 지나간다 )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17. 7. 4.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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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간다 2 - 박영오 작품( 2014. 여름)





어제는 밤새워 비가 내렸습니다.
늦은 밤까지 비가 내리는 모습에 취해, 빗소리에 취해 쉽게 잠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얼핏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멀리 동이 터옵니다.
여전히 창밖에 비가 내립니다.
모처럼 장맛비다운 장대비가 창문을 두드리며 나를 부릅니다.

어제는 비가 내리더니 오늘 밤에는 비는 그쳤는데, 밤새 바람이 전나무 가지를 흔들고 지나갑니다.
덜커덩거리는 바람소리에 오늘도 쉽게 잠을 들 수가 없네요.
앞뒤 베란다 창문을 닫고 문단속을 해도 여전히 바람이 이쪽저쪽을 요란스럽게 흔들고 지나갑니다.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 따라 마음도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시간이 지나면 바람도 따라 지나가겠지요.

비도 바람도 때가 되면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다시 오겠지요.
내가 오라고 해서 올 비도 아니고, 내가 가라고 해서 떠날 바람도 아닙니다.
제 알아서 때가 되면 오고 그러다가 다시 시간이 지나면 떠나 가겠지요.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징검다리처럼 반복되는 우리네 인생살이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비오고 바람 부는 날보다 맑은 날이 더 많은데, 유독 비오고 흐린 날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맑은 날은 당연하기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흐리고 비오는 날은 당연한 날이 아니기에 기억의 저장고에 간직해두는가 봅니다.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이, 그리고 마음도 때때로 변하는 날씨처럼 그렇게 수시로 변하더군요.
만약 비오고 바람이 부는 날을 인생에 있어서 힘든 날이라 생각하고, 맑은 날을 행복한 날들이라고 여긴다면, 당연하게 맑은 날이 더 많은데, 맑은 날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유독 바람 불고 비오는 날만 마음에 담아두고 “힘들다, 힘들다”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맑은 날이다 싶으면 뒤따라 비가 오고, 화창한 날이다 싶으면 이내 바람 불고 흐린 날이 기다리고 있지만, 헤아려보면 맑은 날이 더 많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 감사히 여기고, 오늘처럼 바람 불고 비오는 날이면 그날은 그날대로 받아들이고, 때가 되면 지나가겠지 시간이 지나면 맑은 날이 다시 오겠지 생각하며 맑은 날이 오면 다시 감사히 여긴다면 행복한 나날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인 새벽녘이라서 그런지 나와 남에게 참 관대한 마음입니다.
운전할 때, 상대 운전자가 나를 조금만 불편하게해도 욕을 바가지 바가지 하면서도 이 새벽녘에는 마치 성인군자라도 되는 양, 세상일에 달관한 마치 도를 터득한 사람처럼, 행복하려면 이렇게 하라고 주제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도 모르겠습니다.
이 새벽에 모든 사람에게 관대한 내 모습이 나인지, 운전하며 전투병처럼 으르렁거리는 내가 나인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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