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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을 깨우는 소리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17. 7. 7.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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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야청청 -  박영오 작 (2013)




갑자기 천둥이 치고 시꺼먼 먹구름이 몰려옵니다.
거친 비바람에 산이 요란스럽게 움직이며 소리칩니다.
산이 소리를 낳습니다.
그리고 소리가 소리를 낳더니 이제는 소리가 소리를 부릅니다.

비바람이 산을 불러 깨우더니 이젠 창문을 두드리며 나를 부릅니다.
베란다에 나가 창문을 열고 비와 바람에 잠긴 산을 바라봅니다.
바람 따라 녹색 파도가 칩니다.
비가 산을 젖이더니 이젠 내 마음을 젖게 합니다.

천둥이 울고 번개가 칠 때마다 움찔거리며 자신을 돌아봅니다.
살아오며 잘못한 일이 하나하나 생각납니다.
그리 큰 죄를 지은 것도 없는데 번개치고 천둥이 울 때마다 잠자고 있던 양심도 따라 웁니다.
먹구름과 천둥소리에도 인간은 작아지면서도 그동안 온갖 오만을 다 떨었습니다.

비바람이 창문을 요란스럽게 흔들며 나를 불러 숨어있던 양심을 깨워놓고 떠나갑니다.
자연과 내 자신의 삶에 겸허하게 마주섭니다.
비바람이 소리를 낳고 그 소리가 양심을 깨워놓고 미련 없이 떠나갑니다.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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