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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편지 보냈습니다

by 더불어 숲 2017. 9. 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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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의 계절이 메밀꽃이 피기 시작한, 여름이 끝나 가을로 접어드는 딱 지금 이었던가 봅니다.
보름이 갓 지나 달빛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밤에, ‘강원도 봉평’에서 ‘대화’까지 칠십여리를 나귀를 앞세워 걸어가며, 과거 물레방앗간에서 성서방네 처녀와의 우연한 만남의 인연을, 자신과 같은 왼손잡이 ‘동이’를 통해 그 우연한 만남이 다시 이어짐을 암시하는, 소설 속의 그림 같은 풍경과 애틋함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집니다.
그 우연한 만남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바로 메밀꽃이 핀 달밤이라는 것입니다.
소설 속에 보면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처럼 산허리를 온통 메밀밭으로 재현한 곳이 가까이 있어서 찾아갔습니다.
비록 강원도 봉평 땅이 아니고 물레방앗간도 없었지만, 들판을 가득채운 메밀밭이 한창 꽃을 피우기 시작해 소설 속의 풍경이 눈앞에 있는 듯합니다.
척박한 땅일지라도 가리지 않고 잘 자라서 민초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메밀이 이제는 그 효용가치가 곡식이 아니라 꽃으로, 그리고 볼거리로 대접 받는 식물로 옮겨 앉았습니다.
사실 자세히 뜯어보면 꽃으로는 전혀 볼품이 없는데 이렇게 우리 정서 속에 깊이 새겨져 있는 것은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 읽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때문이겠지요.


소설 속에서 비약적 우연한 만남이 반복되는 것이 어색하지 않는 것은 메밀꽃이 필 무렵의 달밤이 주는 신비한 요소와 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내 나이가 되니 우연은 우연이 아니라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만남이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사춘기 시절 국어책에서 읽었던 ‘메밀꽃이 필 무렵’을 이순의 나이에 다시 읽어보니 이제 소설 속의 정감을 알 듯도 합니다.



(글 사진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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