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대 설경 - 박영오 작 (2017. 1)
감기가 심해 며칠 째 앓고 있습니다.
감기에 걸리면 약 먹으면 일주일 걸리고 약 안 먹으면 칠일 간다는 우스개 이야기가 있습니다.
치료를 하거나 안 하거나 일주일 정도는 고생해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아직 오슬오슬 추운 것으로 봐서는 감기가 며칠을 더 가지 싶습니다.
이럴 땐 장작으로 군불 지피는 온돌방 생각이 간절합니다.
절절 끓는 아랫목에서 솜이불 덮어쓰고 땀을 푹 내면 감기가 낫을 것 같은데.......
전에는 감기 한번 안 걸리고 겨울을 넘겼는데, 이제는 툭하면 감기입니다.
체력이나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일 테지요.
아내가 이젠 늙은 영감이 다 됐다고 놀립니다.
나도 나이가 들긴 든 모양입니다.
나이가 들면 먼저 어린애들이 귀엽게 보인다고 합니다.
아장아장 걸음마 하는 아기를 보면 우리 애들도 저럴 때가 있었나 싶게 귀엽게 보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생명이고 그 생명을 유지해주는 건강 또한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알고 있습니다.
감기가 적당히 머물다가 떠나가겠지만 내 몸에 머물고 있는 감기가 나에게 많은 교훈을 줍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 하나에 맥을 못 추는 이 몸을 가지고 그동안 온갖 오만을 다 떨었습니다.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것에도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에게는 많이 알고 있는 척, 고상한 척 했는데, 오늘 그런 생각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진실로 나 자신을 모르고 지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자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반드시 스승이 있다고 했는데, 오늘은 감기가 내 스승입니다.
감기, 잠시 머물다가 떠나가세요.
오늘 만큼은 많은 가르침을 준 감기가 내 스승입니다.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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