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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에 홀로 남겨진 감을 보며.....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18. 1. 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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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가송리 겨울풍경 - 박영오 작(2018년 1월)

추운 겨울날 현장에서 서둘러 작업한 그림이라서 완성도가 부족하지만 나름 현장감은 충만한 듯합니다. 



시골 가는 길, 마을마다 감나무에 감이 이 겨울이 다 가도록 흰눈을 머리에 가득 이고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올해는 감이 풍년인지 어디가나 가지가 휘어지도록 열려있습니다.
잎은 오래전 찬서리와 눈을 맞아 다 낙엽 되고 감만 남아있네요.
아내는 아까운 듯 혼자말로 "저 감나무는 주인이 없나....... " 합니다.
시골마을마다 노인들만 집을 지키고 있어 경제성이 없거나 너무 높이 달려있어 따지를 못할 뿐이겠지요.
오히려 달리 생각하면 겨울이 다가도록 까치밥으로 남아있는 감이 눈 속에 핀 꽃처럼 아름답게 보입니다.
아마 이 겨울 끝까지 남아 산새들의 훌륭한 먹이로 제 역할을 다하겠지요.

감은 찬서리를 맞아야 더욱 붉어지고 달아 진다고 합니다.
서리가 내려 잎이 다 떨어져야 더 붉어지고 달아지는 감이 우리에게 인생의 의미를 가르쳐주는 듯합니다.
이런 저런 일을 다 겪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찬서리를 맞아 더 붉어지고 달아지는 감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눈 속에 홀로 남겨진 것도 그러하고.......
젊은이 보다 변화하는 세상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고 느리지만, 머리에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은 늙은이가, 서리가 내려야 마저 붉어지고 달아지는 감처럼, 이 세상을 바라보는 의미가 더 깊고 그윽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단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 겨울이 다 가도록 매달려있는 감을 보며, 60초반의 아기 늙은이가 잠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봤습니다.   
눈 속에 홀로 남겨진 감을 바라보며.......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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