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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비례해서 옛 것이 더 아름다워집니다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18. 1. 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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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송리 고산정 겨울풍경 - 박영오 작 (2018년 1월)




나이가 들고부터는 아무 것이나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나이든 어른들이 필요하지도 않는 것을 이것저것 쌓아두고 사는 것을 보고 답답하게 생각했는데, 내가 그러고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나이든 어른들이 잡동사니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 속에 자신의 삶이 녹아있고 추억이 쌓여있어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서른 살에 접어든 우리집 아이들이 유치원 때부터 쓴 공책이며 책이며, 중고등학교 시절 교복이며 그런 것들을 차마 버릴 수가 없습니다.
모아두면 짐이 되지만 물건 하나하나에 정이 들었습니다.

무생물도 그러한데 살아있는 생명이야 더하겠지요.
20년 가까이 우리 가족과 삶을 함께한 행운목이란 나무화분 하나가 이제는 가족처럼 느껴집니다.
행운목이란 이름답게 둘째 아이가 수능시험 칠 때 꽃을 피워주었고 첫째 아이가 직장에 입사할 때 꽃을 피워주었습니다.
며칠씩 오랜 시간이 걸리는 여행을 떠나면 집에서 키우는 화분들이 마음에 걸립니다.

때로는 측은하기도 합니다.
자연 속에, 너른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하는데 얼마 안 되는 비좁은 화분 흙에 의존해서 평생을 살아가는 나무가 측은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내가 그 생명을 유지해 나가는 주체라는 것을 늘 마음속에 담고 있습니다.
모든 분들이 다 그러하겠지만, 베란다에 볼품없이 자라고 있는 꽃화분들도 어떻게 하든 잘 살려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한해가 가고 2018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특별하게 이룬 것은 없지만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성실하게 살았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지요.
지난 한해, 지난 시간의 의미를 소중하게 새기고 간직하겠습니다.
올해도 그러하길 천지신명님께 빌어봅니다.



(글 그림 박영오)



저의 소박한 블로그를 자주 찾아주시고 소중한 글을 남겨주신 블로그 친구님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한 분 한 분께 답장하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해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새해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지난 한 해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거듭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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