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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 그대가 보고싶어 길을 떠납니다

그림 이야기

by 더불어 숲 2017. 3. 14.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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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입니다.
입춘 지난지는 벌써고 우수에서 3주 정도 지나면 경칩입니다.
"우수"라는 절기답게 비가 차분하게 내립니다.
안동에서 영덕으로 오는데 "황장재"와 "가랫재" 위에는 눈이 왔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밖은 춥습니다.
2월이 며칠남아 아직은 봄이 아님을 알려줍니다.
우리 조상들이 봄이 온다는 "입춘"과 비가내리고 얼음이 풀린다는 "우수"를 겨울이 아직 남은 추운 계절에 잡은 것은 봄이 멀지 않았으니까 힘내라는 속깊은 뜻이 아닐까요?
왜 등산을 하다보면 내려오는 등산객에게 "아직 멀었습니까?" 하고 물어보면 백명이면 백명 모두 "거의 다왔습니다. 힘내세요." 하듯이 입춘, 우수 경칩도 거의 봄이 다왔으니까 힘내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이렇게 비가 차분히 내리면 멀리 있는 사람들이 보고 싶지 않나요?
저는 비가 오는 날은 괜히 우울해지고, 떠난 사람들이 그립고 그렇습니다.
절친이 가까이 있다면 저녁나절에 술 한잔하고 싶고 그렇습니다.
아마 나만의 특별한 감정은 아닐테지요.
우리 조상들이 남겨 준 그림에 보면, 눈 오는날이나 비 오는 날 친구 찾아 길떠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눈 오는 날 친구를 찾아 길을 나서는 장면의 그림을 소개합니다.



 


 

위의 그림은 조선시대 "석파 김용행"의 작품인데, 눈 오는 날 나귀를 타고 보고싶은 친구를 찾아 떠나는 장면이 아닐까싶습니다.
작은 나귀가 고개를 푹숙이고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한걸 보면 길 떠난지 한참은 된 듯합니다.
하인도 등에 봇짐으로 지고 온 술과 안주가 잔득 무거워 보입니다.
나무가지도 눈을 이고 있어 슬쩍 굽었습니다.
오직 신나는 사람 하나는 친구 찾아 길을 가는 주인양반 뿐입니다.
곧 절친 만나는 반가운 마음에 고개를 곧추 세우고 나귀에게 한 발로 슬쩍 나귀 옆구리를 치며 박차를 가하는 듯 모습입니다.
주인양반은 그러겠지요.
" 다 왔다. 저 모퉁이만 돌아가면 친구집이다. 힘내라" 말하겠지요.
진짜 모퉁이 바위와 나무 뒤에 친구집이 어렴풋이 보이는 듯합니다.
설경과 눈을 이고있는 나무표현, 그리고 절제된 색감이 참 좋지않나요?
눈 오는 날 술 생각이 나 친구찾아가는 그림 하나를 더 소개합니다.





 

이 그림은 조선시대 화가 "이징"의 작품입니다.
처음 소개한 석파 김용행의 작품과 꼭 닮아있는 작품이지요.
눈 오는 날이나, 당나귀를 타고 하인을 앞세우거나 뒷세우는 모습이나,
옷과 나무 표현 등 분위기 모두 일치하는 작품입니다.

위 석파의 작품이 길을 떠나는 모습이라면 아래 작품은 친구집에 막 도착해서 "여보게 친구 있는가? "하고 곧 부를듯한 모습이지요.
나귀는 여전히 힘들어 하고, 하인은 한발 먼저 앞에 나서서 어르신 왔다고 알리려고 서둘러 가고 있는 모습이 아닐까요?
친구를 부르면 버선발로 사립까지 달려나와 반갑게 친구를 맞이 하겠지요.
눈에 선합니다.
오랜 친구와 눈오는 날 만나면 얼마나 반갑겠습니까?
거기다가 술과 안주를 갖고 왔으니까 더욱 반갑고 반갑겠지요.
옛 그림에는 이야기가 있어 더욱 좋습니다.
나는 어느 세월에 이야기를 담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요.

그림에서처럼 오늘 같이 차분히 눈, 비 오는 날 친구가 전화해 한잔하자고 연락 온다면 만사를 제치고 친구 만나러 갈텐데......
불러주는 친구가 없네요.
불러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전화하면 되는데......
글쎄요.... 그 친구가 반겨주기나 할까요?

(2013년 2월 18일 "우수" 날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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