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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눈이 내리는 날 ( 김홍도의 군선도)

그림 이야기

by 더불어 숲 2017. 3. 14.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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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봄방학 전이라서 영덕 교원사택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사택에서 밤늦은 시간 혼자있으면 외로움이 진하게 밀려옵니다.
화선지 펼치고 붓이라도 잡고 그림을 그리면 되는데.....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뒤척이다 그 밤을 다보냅니다.
늦게 잠들었다고 해서 아침 늦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더군요.
오늘도 여전히 새벽 5시 30분경에 깼습니다.
창밖에는 여전히 어둠이 남아있고.... 혼자 라디오를 켜고 흔한 대중가요를 듣다가 주섬주섬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출근 준비를 합니다.
집에서 뒤척이나 학교에 출근하나 그 시간이 그 시간이라서 사택에 거주하고 부터는 다른사람보다 일찍 출근합니다.

교무실 창밖으로 여전히 눈이 내립니다.
물을 끓여 차 한잔 준비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커피맛을 잘 모르고 지냈는데, 커피를 마시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있어 가급적 커피는 마시지 않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한잔 두잔 마시기 시작해 이제는 커피 생각이 간절할 때가 자주있습니다.

글쎄요.
우리는 늘 자신의 경험의 범위안에서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이 늘 옳다고 믿고 지내지요.
운전을 할 때, 내가 천천히 안전하게 가면 빨리 달리는 사람들이 어리석게 느껴지고, 내가 시간이 급해서 빨리 가야할 때는 천천히 가는 사람들이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은 모든일을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경험 범위안에서 생각하고 그것을 진리라고 믿고 따르지요.
커피맛을 알고부터는 맛있는 커피를 찾아다니는 사람들 심정을 알겠더군요.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원효가 일찍이 말했지요.
"일체유심조" 라고 이세상의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했지요.
그러고보면 지구에 살고있는 모든 사람들의 꿈, 행복도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이 아닐까요?

내가 찾던 그림 한점을 봤을 때, 그 순간의 행복은 그 누구가 알겠습니까?
김홍도가 그린 "군선도"(신선들이 모여있는 그림)라는 그림을 보려고 국립중앙박물관을 몇번이나 찾아갔는데 찾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삼성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는 "리움 박물관"에 있더군요.
서울 이태원에 있는 "리움박물관"에서 김홍도의 "군선도"를 마주했을 때, 그 감동은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림이 작아 보이지요?

사실은 8폭 병풍의 큰 그림입니다.

어느만큼 큰 작품인지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한번 볼까요?

 




이제 그림의 크기를 짐작하시겠지요.

군선도의 세부 묘사를 부분 자료 사진으로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김홍도의 군선도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가 그림의 천재임을 의심할 수 없습니다.

주저함이 없는 붓의 속도감과 담대함, 그러면서도 어느한 곳 부족하지 않은 세부묘사 등등 감탄사가 절로 납니다.

각 인물들의 얼굴 표정 한번 보세요.

 

우선 첫째 장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그림 왼쪽 첫머리에 등장하는 여인들 표정과 갖고 있는 물건들을 자세하게 살펴보세요.

신선만 먹는다는 천도복숭아를 어께에 메고, 허리춤에는 영지버섯을 달고 신선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걱정스런 표정으로 휠끔 돌아보고 있는 모습이 보이지요?

그리고 오른쪽 여자신선은 신선을 상징하는 약초바구니를 메고 가고 있네요.  

신선들 행진에 가장 앞에 서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아마 신선들이 마실 차와 과일을 준비해가는 듯합니다.







두번째 장면의 무리들은 신선들 앞에 서서 음악을 연주하며 신선들이 가고 있음을 동네방네 알리고 있지요.

그리고 어린시종들은 돗자리를 메고 나귀를 타고 있는 사람은 열심히 신선들 행차에 빠진 물폼이 있는지 다시 살펴보고 있는 듯합니다.

신선이 갖고 다니는 여덟가지 물건(암팔선)이 여기서도 보이네요.

피리, 어고, 검(칼) 등이 보입니다. 

그리고 당나귀 위로 박쥐 한마리가 날고 있지요?

박쥐에 대한 선입견은 다들 이솝 우화에서 나오는 이중성으로 고정되어있지만, 사실 우리나라 전통사상에서는 어둠 속에서도 훤히  볼 수 있는, 천리안을 가진 신선을 상징하는 동물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박쥐가 신선들 앞에 나서서 어둠을 밝히며 길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세번째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드디어 신선 중에 가장 우두머리 신선이 등장할 차례입니다.

가장 우두머리 신선이 송아지를 타고 가고 있네요.

시종들은 양산을 들고 신선에게 햇빛을 가려주고 있고, 뒤따라오고 있는 사람은 신선의 말씀을 두루마리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선들 옷자락이 모두 뒤에서 앞쪽으로 나붓끼고 있지요?

왜그럴까요?

신선들은 학이나 구름을 타고 다니는데, 신선들이 무리지어 갈려면 당연히 구름을 타고가야겠지요.

구름이 앞으로 가려고하면 당연히 바람이 뒤쪽에서 불어야하지않을까요.

그러니까 옷자락도 뒤에서 앞으로 나붓기겠지요.   

그리고 이 군선도에 등장하는 시종을 뺀 신선들은 8명인데 각기 신선이 가지고 다니는, 신선을 암시하는 물건을 하나씩 들고 있습니다. 

표주박, 검, 파초선부채, 어고, 음양판, 피리, 약초바구니, 연꽃 입니다. 

숨은 그림찾기 하듯이 한번 찾아보시지요.

신선들이 들고 다니는 여덟가지 물건들은 나중에 그 기능과 의미를 자세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지금 사진으로 다시봐도 리움박물관에서 처음 김홍도의 "군선도"를 바라봤을 때 그 감동이 밀려옵니다.

그날은 참 행복했습니다.

당연히 한참을 머물렀지요.

박물관 입장료가 1만원이나해 아깝기도 하고 그래서.....

행복이 뭐 별다르겠습니까?

작은 것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기뻐하면 행복이지요.

 

(201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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