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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지고 있는 꿈은 무엇인가요?

그림 이야기

by 더불어 숲 2017. 3. 19.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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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에서 2월은 그리 달갑지 않는 계절입니다.
다들 떠나는 계절이니까요.
학생도 선생님도......
어제 우리 학교에서는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공간이 3학년 교실 옆 진학실이라서 3학년 담임이 아니라도 졸업분위기가 피부로 전해집니다.
다들 떠난 텅빈 교실을 둘러보면 마음도 따라 텅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제 익숙할 나이도 되었는데 여전히 마음이 허전합니다.
옛 어른들이 그랬지요.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엊그제는 전근 가시는 분들 마지막 회식이 있었고요.
그중에 한분이 정년퇴임을 하셨는데, 부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나도 6년 전후에 교직을 떠나야 하는데...... 요즘은 보람과 사명감보다도 힘드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축하한다고, 부럽다고 말씀드렸더니 "난 남아있는 박선생님 더 부러워" 하시더군요.
"이제 제2막 인생이 시작되었다고, 하시고 싶은 일들 즐겁게 하시면서 지내시겠네요? 하고 다시 되물었더니
농담삼아 말씀하시듯이 "아파트 경비원이나 한번 해볼까?"하시더군요.
우리는 언제까지 의식주를 위한 경제활동에 매여 살아야할까요?
언제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자신이 젊은시절부터 꿈꿔왔던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요?

그러면 네 꿈이 뭐냐고요?
많지요.
나 자신을 위한 꿈, 가족들과 함께 이루고 싶은 꿈 등등.....
꿈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기보다도, 우선 나 자신을 위해 해보고 싶은 일들을 쭉 나열해보면,
우선 시골마을에 전망 좋은 곳에 황토집 하나를 내 손으로 먼저 지어보고 싶습니다.
남쪽으로 창문 크게 내고, 우리 회원들이 모여서 그림 그릴 넉넉한 공간 하나를 별도로 마련해서 가끔씩 같이 그림 그리면서 그렇게 지내고 싶은 꿈 하나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림 도구 갖춰 산수 좋고 경치 좋은 곳으로 스케치 여행을 다니고 싶습니다.
기분 내킬 때 이웃마실 가듯 쉽게 훌쩍떠나 몇날 며칠동안 그림그리고 사색하고 숲이나 산길걷고.....
뭐 이런 일들인데, 소박하지요.
그러고보니 이 소박한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활동부터 해야하겠네요.
그러고보면 우리에게 죽을 때까지 벗어날 수 없는 것이 경제활동인가 봅니다.
소박하고 검소하게 살면 그렇게 경제활동에 아둥바둥하지 않아도 될텐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가난하고 못 살았던 옛 사람들이 더 여유롭게 살았던 것은 아닐까요?
우리만 해도 청소년기와 젊을 시절을 보냈던 70-80년대를 생각해보면, 다들 어렵게 살아도 지금보다 범죄율도 낮았고 인정도 넘쳤고 희망도 있었잖아요?
그때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뻔뻔하지는 않았는데.... 다들 양심과 도덕을 우선 순위에 두고, 부끄러운 일은 부끄러워 하고 염치와 체면 차리며 이웃과 정을 나누며 그렇게 살았는데......
그때보다 소득수준도 높고 학력도 높은데 왜 점점 마음도 몸도 생활도 더 빈곤해지는 것일까요?

그러고보면 옛 사람들의 마지막 꿈은 뭘까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주들에게 옛날 이야기 해주고 마지막에 가서는 "잘 먹고 잘 살았다."하고 끝을 맺지요.
다들 꿈은 잘 먹고 잘 사는 것인데......
옛 사람들의 꿈은 자연을 관조하고 자연 속에 묻혀사는 것, "안빈락도"를 마지막 꿈으로 삼은 것은 아닐까요?
조선시대 많은 그림들이, 소나무 숲 아래에서 폭포를 바라보는, 자연 속에서 노니는 모습을 이상향으로 삼아 많은 그림으로 남겼지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저도 그런 삶을 꿈으로 여기고 있는데, 옛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안빈낙도를 이상향으로 여겼겠지요.
오늘은 옛 사람들이 이상향으로 생각했던 "안빈낙도"의 꿈을 표현한 그림 몇점을 소개합니다.







위의 두 그림은 조선시대 화가 "이인문"의 작품입니다.
저는 첫번째 작품보다는 두번째 작품에 더 눈길이 갑니다.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폭포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풍경이 참 정겹습니다.
두 사람의 두런두런거리는 말소리가 폭포 낙수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듯하지않나요?
아래 그림은 무엇보다도 그림의 구도가 참 현대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지금 붓을 들고 그려도 이 작품처럼 그런 구도로 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뒷편에서 두사람을 몰래 바라보는 듯한 시선이 오히려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지않나요?
그림을 바라보면 저절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을 듯합니다.
왼쪽 사람의 헤어스타일로 봐서는 어린 동자가 틀림없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요?
동자의 시선으로 봐서는 마시는 차를 준비하는 듯 하기도 하고.....
그리고 소나무 사이 뒤편으로 폭포가 은근히 숨어있어 더욱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내가 지금 이 풍경을 그린다면, 아마 폭포를 의도적으로 강조했을텐데, 이 그림의 작가는 그런 생각을 뛰어넘어 오히려 숨겨놓 듯 그려서 더욱 원근감도 살리고 정겹습니다.


소나무 표현도 군두더기 없이 살릴 것은 살리고, 생략할 것은 생략하여 그림의 엑기스를 보는 듯합니다.

색감을 한번 다시 살펴보세요.

전체적으로 소나무와 뒷배경을 군청색으로 채색했는데 소나무와 배경의 채색을 굳이 구별하지 않아 은은하게 스며들어 전체적으로 푸른색 톤으로 여름철의 폭포주변 개울가 풍경을 편안하게 마무리하였습니다.

아마 우리가 그렸다면 소나무를 더 도드라지게 채색을 하여 뒷배경과 부러 구별해 사물을 뚜렷하게 구분했을텐데..... 우리 같은 초보자와의 차이점이겠지요.

 

작품의 크기는 요즘 복사지 B4 정도가 아닐까요?

그림 가운데 접은 선이 있는 것으로봐서 화첩에 그렸을테지요.

화첩의 작은 공간 속에 큰 자연을 그려넣은 옛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속에서 관조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이상향으로 삼은 옛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있는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현재를 살고 있는 나의 이상향은 무엇일까 다시 한번 살펴봅니다.

그러고보니 수백년 전의 조상들이나 지금의 저나 서로 닮아있습니다. 

저도 "안빈낙도"가 일흔살 이후의 꿈입니다.    

     

(2013. 2.21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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