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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켜이 쌓여 이루어집니다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23. 3. 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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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봉정암과 용아장성(박영오 2023)

 

 

'짧은 글로 담아낼 수 없는 수많은 기억들이 켜켜이 쌓여 저를 만들고 있습니다.'

아들이 내게 전해준 편지 속에 있던 글, 한 문장을 옮겼습니다.

 

설악산 봉정암을 여러 풍경 여러 작품으로 담아왔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자주 그림으로 그릴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설악산 봉정암은 그 누구든 백담사에서 한뜸 한뜸 5,6시간을 걸어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짧은 글로 담아낼 수 없는 수많은 기억들이 켜켜이 쌓여 저를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쓴 아들의 편짓글 처럼 내설악 수많은 풍경이 켜켜이 쌓이고, 올라가는 이들의 한 걸음 한 걸음 정성이 쌓이고 담겨있는 곳이 '봉정암'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힘들게 올라 밤새 법당에서 앉아서 기도했던 그 시간의 축적이 마음에 쌓여, 그 소중했던 기억과 추억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어서 반복해서 작품으로 담고 있습니다. 

 

어제 아들부부 딸부부 우리 내외 이렇게 6명이 모처럼 한자리에서 만났습니다.

같이 식사하고 차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들이 내가 좋아하는 시인의 수필집 사이에 편지를 끼워서 선물로 전해주는데, 며느리 사위 앞에서 체면 불구하고 눈물 흘리면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아들과 딸 내외가 전해주는 용돈을 그냥 쓰기가 아까워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 휴게소 아울렛에 들려 자주 편히 입고 늘 아이들 정성을 온기로 느낄 수 있는 옷으로 샀습니다. 아마 자주 입고 다닐 것 같습니다.

어느 가정에서나 일상적인 평범한 일들인데 무슨 큰 자랑거리인 양 하는 내가 부끄럽지만, 그냥 촌영감이 주책이네 해주시길....

나이가 들면 일상적인 것들이 다 소중해지고 소박한 것 하나하나에 더 감동하고 마음에 담기게 되는가 봅니다.

 

 

아빠의 생신을 축하하며, 아빠를 떠올려봅니다.

 

잠이 오지 않은 밤, 아빠에게 푹 기대어 자던 어릴적 그 많은 밤들이 생각납니다.

일주문을 지나 절 길을 올라갈 때에는 늘 뒷모습을 찍어주던 아빠가 생각납니다.

폐렴으로 입원해있던 어린 나를 애처로이 바라보던 그만큼 어렸던 아빠도 생각이 납니다.

 

이제 그만 눈 붙이라며, 자는 것도 공부라고 하던 아빠가 생각납니다. 그땐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시험장 문을 들어서는 나를 바라보며 무심히 손 잡아주던 아빠의 큰손도 기억이 납니다.

사랑이 너무 힘들어 아빠 앞에서 바보처럼 눈물 쏟아내었던, 10년도 훌쩍 넘은 어떤 겨울날도 생각납니다. 정말이지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그 사람이 내 곁에 있습니다.

안동발 서울행 열차가 움직였던 날들마다 아빠와 창문사이로 주고받던 물기어린 마음들도 생각이 납니다.

 

짧은 글로 담아낼 수 없는 수많은 기억들이 켜켜이 쌓여 저를 만들고 있습니다.

문득 거울을 볼 때, 말을 할 때, 걸을 때 아빠가 내게 겹쳐있는 걸 느낍니다.

오늘 하루 부끄럽지 않게 살았나를 되새길 때 아빠를 생각합니다.

아빠가 나의 아버지라는 것이 저를 겹겹이 지탱합니다.

아빠 사랑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생신을 축하드리며

2023년 3월 4일 아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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