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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 대웅전 천장을 보셨나요?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3. 3. 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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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길 두 번 왔지?

아내는 아니라고, 세 번째 왔다고 말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8, 9살 무렵에 다녀가고 두 번이지 싶은 데......

내 나이가 되면 남편의 말이 옳고 틀리고 가 아니라, 항상 아내 말이 맞는 거로 하게 됩니다.

분명 두 번이지 싶은 데....... 들릴 듯 말 듯 구시렁거립니다.

 

전나무 숲길이 길게 이어진 내소사를 다녀왔습니다.

두 번을 다녀왔던 세 번을 다녀왔던 그 횟수가 무슨 상관있겠습니까?

다시 가서 처음으로 보고 새롭게 느꼈다면 처음 온 것이지요.

옛 기억은 희미하게 사라지거나 자리 잡고 있고 과거에도 이미 있었지만 이제야 겨우 보이는 새로운 모습들이 마음 설레게 합니다.

 

나는 오래된 절집에 가면 대웅전이나 중심 전각에 들어가 항상 천장을 올려다봅니다.

천장에는 당시 건축 기술의 종합일 뿐만 아니라 절집의 모든 화려한 장식이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올려다보고 자세히 보는 사람만이 찾아볼 수 있는 숨은 그림입니다.

고개가 아프도록 올려다보고 오래 머물며 감탄하고 감탄합니다.

종교적 의미를 떠나 종합 예술품으로 바라보며 감탄합니다.

조각 회화 건축 신화 등등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유럽 유명 성당 천장 벽화를 바라보고 감탄하듯이 그렇게 말입니다.

 

변산반도에 내륙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내소사 대웅전을 보셨나요?

아니 내소사 대웅전 천장을 올려다보셨나요?

용이 천장 대들보를 휘감아 돌며 용트림하고 있고 북, 장구, 아쟁, 비파 등등 당시 음악 연주에 쓰이던 악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장엄한 음악 소리에 하늘에서 옷자락을 휘날리며 날아 내려오고 있는 비천상이 천장 곳곳에 벽화로 그려져 있거나 불교 이야기 그림이 구석구석에 숨어있습니다.

천장에는 연꽃이 가득 피어있고 극락조가 날아 오르내리고 반야용선에 불경을 가득 싣고 용의 호위를 받으며 거친 바다를 건너고..... 크고 작은 수많은 벽화가 올려다보고 찾아보는 사람에게만 알려주려는 듯이, 어디 한 번 찾아보란 듯이 숨어있습니다.

그리고 혹시 대웅전 부처님 후불탱화 뒤에 숨어있는 백의관음상(흰옷을 입은 관세음보살상) 벽화를 보셨나요?

대웅전 부처님을 모신 불단 뒤를 돌아가는 사람에게만 오직 보여주려는 듯, 불단 후불탱화 뒤편에는 천정 높이만큼 거대한 백의관음상벽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올려다봐야 하기에 백의관음상이 지그시 내려다보는 느낌이라고 하여야 하나 아니면 신비롭다고 표현하여야 하나?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지만 찾아보는 만큼 보여주는 내소사 대웅전입니다.

 

법당 안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있어 대웅전 열려 있는 문틈으로 찍은 사진 몇 장으로 이 감동을 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지만 그래도 남겨두려고 합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이 사진을 보며 숨은 그림 찾듯이 다시 바라보며 그 여운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다시 내소사를 찾으렵니다.

내소사를 세 번 왔던가 아니 네 번째인가?  또 구시렁거리면서......

 

 

2023년 3월 하순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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