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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 소박한 아름다움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3. 3. 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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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 그곳은 소나무와 화강암 암반의 계류, 작은 공원에 불과하지만 울림은 크다.

 

몇몇 미술 작품에는 크게 감동하고 몇몇 작품은 그냥 스쳐 지나가도 아쉬움이 별로 없는 서울미술관 4층 문을 열고 나서면, 서울 같지 않은 서울의 소박한 양반댁 정원이 무심히 있다.

지리산 아래 구례에서 옮겨왔다는 팻말을 달고 있는 산수유, 여기서 오래 터를 잡고 자라온 매화도 이내 필 듯 말 듯 꽃망울이 부풀어 오른 3월 초순.

위로 키를 키우지 않고 가로로 가지를 키운 수백년 덩치 큰 소나무와 그리 크지 않은 양반댁 기와집이 오랜 친구처럼 어우러져, 소나무와 집 어느 하나를 빼면 모두 사라질 것 같은 아름다운 조화.

맨살을 드러낸 화강암 암반 계류에 슬쩍 옮겨 놓은 듯한 아주 작은 정자. 청나라 풍인 듯 아니면 중국의 정자를 모방한 유럽풍인 듯 애매한 모습의 정자 하나가 좁은 계류에 슬쩍 얹어져 있는데 그 또한 전혀 어색하지 않다.

천천히 걸어도 20여분이면 충분한 소박한 양반댁 정원, 과도한 치장을 하지 않아 맨얼굴의 수수한 아낙을 보는 느낌? 그런데 아름답다.

이런 소박한 아름다움을 알아본 대원군과 고종이 여기서 가끔은 머물렀단다.

비 오는 날 한옥 빗살문을 열어놓고 건너편 3층 석탑을 바라보면 어떨까? 보름달 달빛에 매화꽃 그림자가 창호지에 어린 봄날은 또 어떨까? 장마철 큰 비가 내린 후 화강암 너럭바위 위로 흘러내리는 계류 모습과 그 물소리는 어떨까? 소담하게 눈 내린 풍경은 또 어떨까?

오죽하면 대원군이 석파정이라 이름하고 자신의 호를 석파라고 했을까.

대원군이 고종을 그곳에 하룻밤을 묵게 해, 감히 신하가 임금이 머문 곳에 지낼 수 없다고, 세도정치 안동 김씨 정자를 빼앗은 체면불고 그 심정을 알 듯 말 듯.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석파정’, 이미 다녀온 사람들이 뭐 그 정도는 아닌데 호들갑일까 할지도, 남들은 벌써 다 다녀온 뒤에 혼자 도취하고 감흥하고 있다. 촌스럽게  2023년 3월3일.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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