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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걸어올랐던 연주암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23. 3. 1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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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연주암 풍경(2023년 박영오 작)

 

 

3월 중순에 갑자기 한파주의보가 내렸습니다.

겨울이 미련을 부리고 봄은 주춤주춤거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봄은 이미 내 곁에 와있더군요.

무언들 갑자기 만들어지고 훅하고 오겠어요.

겨울 내내 조금 조금씩 그 싹을 키웠겠지요.

 

아들 딸이 대학 다닐 무렵에 관악구 신림동에서 지낸 적이 있었습니다.

치열하게 공부하며 미래를 고민하며 마음 아파했던 시기였습니다.

가끔 밥이나 같이 먹자는 핑계로 위로해 주고 격려해 주려고 서울에 올라가 아이들이 지내는 좁은 공간에 같이 하룻밤을 보내곤 했습니다.

이른 새벽에 눈을 뜨면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 모르게 살며시 나와 관악산을 올랐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기도하는 마음으로 산을 올라 연주대 연주암에 이르곤 했습니다.

간절한 기도가 어디에 따로 있겠습니까?

간절한 마음으로 산을 오르는 것 자체가 기도가 아니겠어요.

무릎 꿇고 절하고 기도하지 않아도 이미 그 마음을 잘 알아서 보살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이들의 치열한 노력과 부모의 기도하는 그 마음이 모여서 지금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록 그때 딸과 아들이 꿈꿨던 길은 아니지만 그 노력과 정성이 조금조금씩 쌓여서 지금의 자리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봄이 그냥 올리가 없겠지요.

봄이 물러간 다음 시간부터, 여름 가을 겨울동안 수많은 시간 시간이 쌓이고 모여서 봄이 오지않았을까 싶습니다.

꽃도 역시 수많은 시간이 쌓여서 그렇게 핍니다.

봄도 꽃도 그냥 오고 피지 않습니다.

당연히 와야할 조건과 꽃 피어야 할 인연이 되어야 오고 필테지요.

우리집 마당에 깽깽이 풀이란 예쁜 꽃이, 첫 봄꽃이 피었습니다.

나름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잉태하고 피었으리라 짐작됩니다. 

 

고생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와 꽃펴줘서 고맙다.

 

 

2023년 3월 중순 박영오 글 그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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