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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암 풍경

산수화 화첩기행

by 더불어 숲 2023. 3. 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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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고3 학생들과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화면이 끊어지거나 준비해간 자료를 올리지 못해 더듬거리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일주일에 이틀 3시간동안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직접 얼굴 보며 마주 앉아서 수업을 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 기기를 통한 원격 화상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하고 싶어 참여한 학생들이라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진지하게 강의를 듣고 있지만 뭔가 부족함을 느낍니다.

직접 교실에서 마주보며 하는 수업은 30년 이상 해왔던 일이라 누구보다 자신 있는 데, 이런 화상수업은 처음이라 어둔하고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은 지식 전달만하는 게 아니라, 잘하는 학생은 칭찬해주고 조금 부족한 학생은 격려 보완해주고 아파하는 아이들은 보듬어주며 서로 소통하고 서로 감성적 체온을 나누는, 수업 시간 내내 이루어지는 상호 교감을 통한 고밀도 창조적인 작업인데......

원격 화상수업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아쉬움이 많은 수업이 될 것 같습니다.

 

풍경화 그림 작업도 마찬가지일거란 생각이 듭니다.

직접 현장 풍경을 찾아가 그 속에서 계절과 날씨 바람소리 물소리 등등 그날의 풍경의 체온을 느끼며 작업하는 것이 최고일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스케치 삼아 직접 찍어온 사진 속에는 그날의 체온이 담겨져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모든 그림 소재를 직접 찾아가 그릴 수는 없지만 가능한 직접 찾아가 그 풍경을 담으려고 합니다.

여행을 떠날 때는 대부분의 화가들이 그러하겠지만, 그림도구를 늘 먼저 챙기는 버릇이 있습니다.

현장을 방문하지 못해 더러 남이 찍은 사진을 보며 그리는 그림은 풍경을 직접 체감하지 못한 이유 때문인지 그리는 동안 작품 속에 푹 빠지지 못하더군요.

 

주왕산 주왕암을 스케치 삼아 그린 풍경입니다.

깊은 협곡 속에 비집고 앉아있는 암자입니다.

전에부터 이곳 풍경을 여러 위치 여러 각도에서 그려봤습니다.

그 협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주왕굴과 폭포가 있습니다.

몇 번이고 찾아가 그 풍경을 담으려고 해도 작품으로 그리고 나면 이건 아닌데뭔가 아쉽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그러다보면 내 마음에 드는 작품 하나 남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130분에 고3 학생들과 화상으로 만납니다.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꾸준히 가라고, 조급해 하지 말고 꾸준히 가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용문사 수백년 큰 은행나무도 작은 은행알에서 시작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2023년 3월 9일 박영오 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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