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비가 내려 쉬었고,
어제는 추석연휴라는 핑계로 쉬었다.
오늘은 화창한 가을날이 좋아 쉬고 싶다는 유혹이 일어난다..
이렇게 쉬어도 되는가?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은데.
그래, 하루 이틀 쉰다고 그리 큰일 날 일 없다면 쉬어보자.
봄 여름 지나며 햇볕에 검게 그슬린 내 얼굴이,
거칠어지고 상처투성이 나의 손이, 넌 쉴 자격이 충분하다며 속삭인다.
쉼표 하나 더 찍는다고 그리 큰일 날 일은 없다.
그래 넌 쉴 자격 충분하다.
남서쪽 창으로, 오후 4시무렵의 10월 초하루 햇살이 길게 들어온다.
창밖 '새깃유홍초꽃' 덩굴 사이로 작고 앙증맞은 붉은 꽃이 햇살에 반짝인다.
딱 반나절 휴식에 긴 이유를 대며 자기 변명하기 바쁜 그 사이에,
이천이십삼 년 시월 초하룻날 햇살이 서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2023년 10월 1일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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