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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시린 날들이 모여....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3. 11. 19.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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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가는 길(2023.11. 박영오 그림)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은 꿈도 못 꿀 가정형편인지 뻔히 알면서, 막연하게 대입 재수생 명찰을 달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때, 군입영 통지서는 오히려 암울한 시간의 탈출구였습니다.
경기도 파주 모 포병부대 수송부, 계급은 일병, 나의 직책은 병기부대에서 차량 부품을 수령 조달하는 차량계였습니다.
차량부속을 수령해서 포병부대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는 곳까지 가려면, 숲 속 오솔길 작은 고개를 넘어야 했습니다.
오솔길 중간, 숲속 나무 그늘 아래 너른 바위가 있어  그곳이 내가 쉬어가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특별한 생각없이 그저 멍하니 숲과 하늘을 보며 한참을 쉬어가곤 했습니다.
그 시간이 좋아 병기부대로 차량 부속품을 수령하러 가는 그날을 기다리곤 하였습니다.
특별한 꿈도 특별한 미래도 없이 막연하게 군제대할 날만 기다리던, 스물한두살 청년이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며, 귀대 시간이 넉넉하고 날씨 좋은 날에는 나뭇잎 사이로 흔들리는 햇빛에 얼굴 찡그리며 길게 그렇게 누워있었습니다.
우울했지만 생각 깊던 시간들이었지요.
막막한 미래를 어떻게 헤쳐나가야하나 걱정 깊고 생각 깊던 그 시간들이 쌓여 그다음의 나를 잉태하고 그 쓸데없는 공허한 생각들이 점점 굳어져 불확실하지만 군제대 후 미래의 목표로 자리 잡아갔습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그래 한번 더 나에게 기회를 주자.'
그렇게 마음먹고 도전하고.... 참 힘들었고 어렵고 가슴 시린 20대 그 무렵이었습니다.
오늘은,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 젊은 날이 가슴 시리게 생각납니다.
그때 위문편지 보내줬던 소녀는 지금 어디서 뭘 하려나.....

 

2023년 11월 중순. 박영오 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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