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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전해준 아들 편지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3. 12. 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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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께

 

엄마의 환갑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엄마가 엄마로서의 삶으로 묵묵히 지내온, 버텨온 순간들이 흐르고 쌓여 오늘의 우리가 있습니다.

내 마음이 어려울 때면 엄마의 그 시간들을 떠올립니다.

연년생 남매와 종일 씨름하였을, 지금의 저보다도 어렸을 엄마의 젊은 날들을 생각합니다.

 

38도 2부, 37도 8부, 37도 3부..... 체온을 시간마다 종이에 써 내려가며 밤새워 열을 내려주던 그 손길을 기억합니다.

시험날마다 노심초사 도시락을 싸주었을 그 새벽 아침을 떠올립니다.

봉정사 법당에서 셀 수 없이 절을 올리시었을 그 무릎을 생각합니다.

두 평이 채될까 싶던 연희동 하숙방에 이불보따리를 처음 내려주시고 감추었을 그 눈시울을 기억합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아들의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허전하고 씁쓸하였을 그 마음을 떠올립니다.

피곤한 몸과 더 고단한 마음으로 통근버스에 오르고 내리셨을 그날들, 야간근무 간호사실 침대에서 선잠으로 보냈을 그 밤들을 되새깁니다.

헤아릴 수 없는 엄마의 마음과 그 시간들이 지나고, 흐르고, 쌓여서 지금의 우리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엄마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들이 쌓여 가시길 바랍니다.

 

엄마, 사랑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2023년 10월 7일. 아들 박한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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