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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의 꿈은....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3. 12. 1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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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의 꿈은 미루는 게 아니다.

나의 소박한 꿈들은, 다른 소비를 줄인다면 다행히 우리 가정경제 범위 안에 겨우 있기에, 시간과 노력만 투입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한번 해보자고, 나에게 수없이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사실 오두막 화실 마당에는 내가 해야할 일이 잔뜩 쌓여있고, 그림 그리다가 그만두거나, 미처 완성하지 못한 그림 작품도 여럿 있습니다.
의욕 상실과 까닭 없는 우울함 그런 것들이 겹쳐있어서 그런 걸까요.
뒤로 또 뒤로, 다음에 또 다음에 그러고 있습니다.
미룬다고 해서 그리 표시 나지 않고 당장 큰일이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지만, 그래도 내 나름의 기준이 있어서 혼자 마음속으로 이러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걱정하고 있습니다.

문득 '노년기의 꿈은 미루는 게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남들이 보면 그게 무슨 꿈이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소박하게 살아온 덕분인지 하고 싶은 일, 아직 해보지 못한 일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남들에게 표시 나지 않은 그런 것들이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많은 일들이 꿈처럼 남아있습니다.
그 버킷리스트의 대부분이 그림과 여행으로 연결된 일이더군요.
낯선 섬마을이나 시골마을에서 1달 살기 하면서 그곳 풍경을 그림으로 글로 담아보기, 제주도를 천천히 걸어서 일주하면서 풍경으로 담아보기, 유럽 어느 시골마을 화첩기행하면서 여러 달 살아보기, 그렇게 모은 작품들로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 모셔서 소박한 전시회 열기.....
그러고 보니 우리 가정경제 능력으로는 많은 걸 아끼고 소비를 줄여야 가능한 일인 것 같은데, 뭘 줄여야 할지.... 막연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글로 표현해 보니 현실적 어려움이 확 다가옵니다.
미루고 생각으로 그치는 이런 반복되는 패턴에서 벗어나는 길은,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는 것.
우선 당일 또는 하루이틀 머물며 온전히 그곳 풍경을 그림만 그리는 그런 여행을 떠나는 일이 먼저라고 나에게 강하게 충고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꿈을 뒤로 미루기만 한 것은 아니더군요.
온전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나의 공간 나의 오두막 화실을 마련하는 것도, 마당이 있어서 나무 심고 꽃 가꾸어 보는 것도 아주 오래전 30대 젊은 시절부터 꿈꿔왔던 일이었고, 황토방을 마련해서 아궁이에 불지피고 남은 잔불에 고등어 구워서 가깝게 지내는 분들에게 대접하고 하룻밤 편히 잠자리 마련해 드리고 싶은 것도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일이었네요.
그런 소박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까지 소형 자동차를 더 이상 타고 다닐 수 없어서 폐차할 때까지 타고 다녔는지도 모릅니다.
그래, 노년기 꿈은 미루는 게 아니라고 한다.
다시 도전해 보자.
꼭 필요한 것만 소비하고 저축하여 또 다른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고 목록에서 한번 지워보자.
그런데 뭘 줄이고 뭘 아껴야 하지?

 

2023년 12월 19일.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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