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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끝자락 밤새 비가 내리고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3. 12. 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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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0일에서 31일, 2023년 마지막 남은 날로 접어드는 시간, 밤새 비가 내립니다.
그칠 듯 이어지고, 이어질 듯 그치기를 반복합니다.
읽고 싶은 책은 가득하고 시간은 넉넉한데, 겨울비 내리는 소리 때문인지 책 읽기 역시 밤새 그칠 듯 이어지고 다시 그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밤비 내리는 날,  홀로 잔잔히 음악 들으며 책읽는 이 시간을 무척 기다렸는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멍하니 그냥 그렇게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겼습니다.
가끔 마루에 나서서 깊은 어둠에 잠긴 숲을 바라보거나 비 내리는 소리를 눈감고 들어 보거나 다시 방안에 들어와 이 책 저 책을 펼쳤다 접었다가 그러길 반복하고 있습니다.
잠시 그친 비가 다시 후두둑 후두둑 내립니다.
굳이 이 밤에 독서해야 할 까닭도 숙제도 없는데 스스로 강요하고 있어 내가 왜 이러나 싶어 혼자 피식 웃었습니다.
이미 멀리 떠난 잠도 아깝지 않고 이 책 저 책 기웃거리는 이 시간도 그리 아깝지 않은 데 온전히 나만의 밤이, 비 내리는 겨울밤이 흘러가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엊그제 어제 오늘 똑같은 하루 똑같은 시간인데, 마지막 남은 일 년의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면 마치 일 년을 통째로 그냥 흘려보내는 것 같은 그런 심리적 상태일까요?
밤비 소릴 듣다가 책읽다가 음악 듣다가 마루에 서성거리다가 보니 일 년의 마지막 남은 하루가 밝아옵니다.
비에 젓은 마당일은 제쳐두고 오늘은 이일 저일 갈등 없이 집안에서 청소하며 묵은 먼지 털어내고 2024년 새해 맞을 준비 하렵니다.
여전히 비가 내립니다 그칠 듯 이어지며....

 

2023년 12월 31일.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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