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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고등어 한 마리 구웠습니다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4. 1. 3.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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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오두막에 오는 날, 읍내 장날 아내가 좋아하는 간고등어 1 손을 샀습니다.
장작불로 황토방을 따뜻하게 지피고 아궁이에 아직 남아 있는 잔불에 간고등 한 마리 간간하게 구워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겨울 산골은 저녁 시간 따로 없이 바로 밤이 오는 듯합니다.
아직은 초저녁 무렵인 6,7시에 한밤중처럼 어둠이 짙게 내려 앉아, 이웃 없는 이곳이 깊게 적막에 잠깁니다.
그게 싫어서 아내가 오두막화실에 오는 날은 가로등 외등 있는대로 밝혀 놓습니다.
겨울밤 추위와 적막이 내려앉은 오두막에서 오직 우리 부부 단둘이 따뜻한 아랫목에 마주 앉아, 이런 이야기 저런 소문을 반찬으로 곁들어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아내는 회사 출근으로 시내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어제 저녁에 먹은 간고등어가 맛있어서, 오늘도 군불 지핀 아궁이에 잔불을 핑계로 한 마리 남아 있는 간고등어를 마저 구웠습니다.
분명 어제는 맛있게 먹었는데.....
혼자 먹는 저녁 밥상에 식은 간고등어 한마리 더욱 쓸쓸합니다.
어제와 똑 같은 저녁 밥상인데, 어제의 맛있던 저녁밥이 아닙니다.
역시 밥상에는 이런 반찬 저런 반찬이 곁들어 있어야 하는가 봅니다.
손녀의 재롱 영상 이야기 맛있는 반찬 하나, 당신 건강 챙기라는 아내의 뻔한 잔소리 반찬 하나, 토닥토닥 싸워서 재워 담근 전우애 반찬 하나, 나이 먹어 잘 잊어버린다는 구박으로 버무린 반찬 하나..... 그렇게 미운 정 고운 정 12첩  가득 채운 진수성찬으로 먹어야 맛있는 저녁밥상이 되는가 봅니다.
혼자 먹던 밥상을 물리고 아내가 알면 질색을 했을, 믹스 커피 한 잔과 과자 부스러기로 남아 있는 저녁 허기를 마저 채웠습니다.
혼자 있으면 전기세 아낀다고 외등을 잘 켜지않는 데, 오늘 밤에는 엊그제처럼 있은 대로 곳곳에 전기불을 밝혀 쓸쓸한 밤 허기 마음 허기를 채웠습니다.
2024년 1월 초순, 겨울 숲 오두막화실의 밤이 홀로 깊어가고 나는 괜히 마당에 나가 자주 서성거렸습니다.

 

2024년 1월 초순 박영오 글 그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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