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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편히 쉬었다가 가세요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4. 1. 1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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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화실에서의 일은 끝이 없습니다.
가장 바쁜 계절 봄 여름이 지나면 한가한 줄 알았더니 겨울에도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넘칩니다.
때로는 하루종일 빈둥거리며 쉬어보는게 소망일 때도 있습니다.

내가 지금하고 일이 생존을 위한 밥벌이였다면, 아마 이 일을 더 힘들게 여겼거나 이렇게 일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단지 생계유지를 위한 돈벌이가 아니였기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강요된 일이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에, 이 일이 비록 힘은 들지만 즐겁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꽃을 심어 가꾸고 돌을 나르고 나무를 옮겨 심고 잡초를 뽑거나 산에 올라 죽은 나뭇가지를 잘라 장작 마련으로 하루종일 일을 해도 즐겁습니다.
때로는 먼동이 트는 새벽녘에 시작하여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일을 하기도 하고, 일하다가 다쳐서 병원에서 치료받을 때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 설레며 정원을 가꾸고 이 공간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솔직히 때로는 이런 일들이 짐이 되고 옮겨야 하는 큰 돌덩어리처럼 여겨질 때도 있습니다.
그 또한 즐겁게 여기려고 애씁니다.

나도 35여년 가까이 밥벌이하던 직업인이었습니다.
다행히 내가 원했던 직업이었고 보람 있는 일이라서, 열정을 받쳐가며 행복하게 일하여 잘 견뎠지만, 솔직히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 생계유지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모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 일이 어떤 일이든지, 법에 어긋나지 않고, 큰 테두리의 도덕적 범위 안에 있고, 타인에게 고의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은 일이라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처럼 지금 내가 하는 일들이 절박한 밥벌이는 아니지만, 부족한 나의 글과 사진, 그림 작품으로 작은 위로가 된다면,  스쳐 지나가듯 잠시 쉼을 가져 그분들에게 위로가 된다면, 오두막화실 마당이 잠깐 머물다가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쩌다 무심히 들린 사람들에게 따뜻한 차 한 잔 드리며 잠시라도 편히 쉬었다가 가시라고 잊지 않고 말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소박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어서오세요.
차 한잔 드릴까요?
여기 의자에 앉아 마음 편히 쉬었다가 가세요.

 

202년 1월 중순. 박영오 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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