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봄은 오래전부터 예약되어 있습니다..
여기도 무척 춥습니다.
며칠 동안 영하 15도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먼 곳에서 친하게 지내는 그림동호회 분들이 오두막에 오시기로 했는데....... 지하수 수돗물이 얼어 동동거리다가 어찌어찌 녹여 급한 불은 껐습니다.
반가운 그 분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황토구들방에 든든하게 장작불 지피고 옆 방에는 난로불을 따뜻하게 지펴놓고 덤으로 군고구마를 굽고 있습니다.
겨울 들고부터 난로와 구들방에 쓸 장작마련 하려고 가끔 오두막 주위 산에 올라갑니다.
산속에는 태풍에 쓰러진 고사목이 이곳저곳에 쌓여있습니다.
장작 마련은 대부분 목재상에서 구입해 쓰고 있는데, 한가한 시간에 지게 지고 산에 올라 고사목 몇 개 끌고 오거나 지게에 지고 오곤 합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그날 지필 장작 정도만 마련해야지 하면서도 혹시 눈이나 비가 오면 장작마련을 어떻게 하나 욕심을 부려 부러진 나무 몇 개 더 얹어 옵니다.
쓰러진 나뭇가지 줍고 있는데, 어라! 생강나무 꽃눈이 봉긋해져 있습니다.
연일 한파주의보가 내리고 있는데 생강나무는 이미 봄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산에서 피는 꽃 중에 가장 이른 봄에 피는 꽃이 생강나무 꽃입니다.
생강나무 꽃은 산수유 꽃과 꼭 닮아서 자주 헷갈려하기도 하고, 강원도에서는 동백꽃으로 불려 김유정 소설 ‘동백꽃’에 등장하는 꽃이기도 합니다.
봄이 오면 언제든지 꽃피울 준비하려는 듯 도톰해진 생각나무 꽃눈이 앞서 봄을 예약해 뒀네요..
누가 뭐래도 봄은 오고 겨울은 봄을 위한 준비하는 시간임을 알고 있습니다.
언제 오려나 기다리지 않아도 제 알아서 오고 제 알아서 떠나는 게 계절인데, 올해는 유난히 봄이 기다려집니다.
오고 그리고 떠나가는 계절 속에 내가 머물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 내 나이가 됐는데 쓸데없이 빨리 오라 빨리 가거라 하고 있습니다.
지나면 다 아쉬운 시간이고 소중한 세월인데.......
생강나무가 봄을 예약해 뒀답니다.
꽃눈이 도톰해졌습니다.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이내 봄이 온다고 합니다.
2023년 1월 하순.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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