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立春大吉(입춘대길) 하세요.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4. 2. 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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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그리워 오래전에 찍어두었던 사진을 올렸습니다

 

 

立春(입춘) 날입니다.

다들 立春大吉(입춘대길) 하세요.

입춘은 '지금부터 봄이다' 아니라, '이제 곧 봄이 옵니다. 조금만 더 참으세요. 긴 겨울이 끝나갑니다' 그런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깝게 지내는 이웃이 입춘방을 써주셨습니다.

오두막 화실 출입문에 붙이고 아파트 현관문에도 붙였습니다. 

남쪽에는 동백꽃이 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여기는 아직 꽃 소식이 까마득해 오래전에 찍어두었던 꽃사진을 대신 올립니다.

 

 

입춘날, 봄맞이하려고 해묵은 잡초 더미와 지난 가을동안 화려하게 꽃을 피웠던 메마른 꽃 잔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 설렐까요.
다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이 아이들을 기다리는 게, 봄을 기다리는 것이 마음 설렙니다.
첫 꽃이 피는 봄이 눈에 선히 보입니다.
이른 봄 가장 빨리 쌀알 만한 크기의 연한 푸른색 꽃을 피우는 이름 모를 잡초가 기다려집니다.
그 아이가 꽃을 피우면 봄이 이미 곁에 와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곧이어 할미꽃이 피고 민들레 꽃이 피어나고, 그걸 100m 달리기 출발 신호가 울린 것처럼 일제히 연두색 여린 싹을 올려 다투어 봄꽃을 피우는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입춘이지만 여전히 영하의 날씨를 오르내리고 있는데 성급하게 봄을 기다립니다.
새봄을 건강하게 맞이한다는 것은 축복이지요.
세월 가면 봄이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 당연함이 나이가 들수록 소중함으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그 소중함을 알아가고 있는 내가 또 감사합니다.
원시시대 모든 자연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이 슬며시 스며듭니다.
이 소중함을 가족과 함께 나누고 이웃과 손잡고 같이 가겠습니다.
성급하게 봄을 기다립니다.
천지신명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2024년 2월 4일 입춘날.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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