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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리는 밤입니다.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4. 2. 2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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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누워서 책을 읽을까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볼까....

빗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봄을 재촉하는 빈가 봅니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무렵, 여전히 습관적으로 일어나는 시간인데, 빗소리 때문에 잠을 깼다고 잠시 원망했습니다.
방문을 열고 빗소리를 방 안으로 불러들였습니다.
빗소리와 함께 새벽 찬 공기가 먼저 '훅'하고 밀려들어옵니다.
어라, 방문 앞에 우리 집 강아지 두 놈이 누워있는데, 나를 본채만채 잠을 잡니다.
이 아이들도 비 오는 밤이 외로웠던 모양입니다.
따뜻한 제 집을 두고 내 가까이 머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나도 아예 옷을 두껍게 입고 밖으로 나와서 강아지 옆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새벽 비 내리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봅니다.
이 아이들도 별말도 응석도 없이 누워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머물다가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아직 구들 온기가 남아있는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서 책을 볼까, 앉아서 책을 읽을까 쓸데없는 고민을 합니다.
독서를 할 때 습관적으로 틀어놓던 음악은 빗소리로 대신합니다.
대동강물도 녹는다는 절기 '우수'에 때맞춰 내리는 봄비 소리가 그 어떤 노래보다 정겹습니다.
그러다가 보니 이른 봄비 내리는 아침입니다.
어제 마무리 못한,  장작 보관 창고를 마저 해야 하는데....
애라 모르겠다, 비 덕분에 하루 편히 쉬자.
그런데 오늘 하루 무엇으로 끼니를 챙겨야 하나....
여전히 오두막 화실에는 비가 내리고, 우리 집 강아지 모자는 서로 등을 마주하고 잠을 자고 있습니다.
너도 나도 하루종일 비가 내리면, 비를 핑계로 그냥 편히 한번 쉬어보자.
누워서 책 보다가 팔 아프면 앉아서 책 보면 되지 뭘 그딴 걸 걱정해.

2024년 2월 19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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