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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는 자연처럼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4. 4. 15.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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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사람을 낮게 앉게 합니다.

쪼그려 앉아야 겨우 보여주는 키 낮은 들꽃이 서둘러 새싹 돋아 꽃을 피워줍니다.

작년인가 아니면 그전 해인가? 복수초 몇 뿌리를, 손톱만큼 작은 모종을 구입해서 심었는데, 제대로 뿌리를 못 내려 인연이 아닌 모양이다 했습니다.

문득, 복수초 두 포기가 아주 여리게 싹을 틔우더니 겨우겨우 한 송이 꽃을 피워놓고 '저 여기 있어요' 합니다.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는 복수초가 오랜 시간을 숨죽여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다른 꽃을 심으려고 호미질하려고 했는데, ‘다행이다 다행이다.’ 합니다.

대견하고 신기해 자주 낮게 앉아 마주 보고 있습니다.

 

바위 곁에 심어둔 수선화가 곧 꽃 필 듯이 돋았습니다.

', 여기에 수선화를 심었지.'

어라, 돌단풍도 있었네? 

담쟁이가 언제 여기서 자랐지? 겨우겨우 여린 잎을 바위에 붙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우연히 돌학에 의지해 뿌리를 내린 조팝나무가 올해 처음으로 아주 여리게, 꽃을 피웠습니다.

문득 고개 돌리면 마당 이곳저곳에 조팝나무가 딱 알맞은 자리에, 마치 일부러 심은 듯 자라고 이 봄에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잊어버렸던 오랜 추억을 문득 생각나듯이, 문득 새싹이 돋아나고, 문득 꽃을 피우고 문득 기억하는 봄입니다.

자연은 스스로 길을 찾거나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갑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랬듯이,  나 또한 봄꽃처럼 열심히 살아왔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는 자연처럼 다른 방법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20244월 중순.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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