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그러하겠지.
나는 뭐든지 다 잘 처리하고 이겨낼 수 있는 그런 철인이 아닙니다.
난 모든 일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깊은 생각을 가진 현명한 사람도 아닙니다.
나는 어떤 일이든지 참아내고 이해하는 그런 훌륭한 사람도 아닙니다.
난 무슨 일이든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묵묵히 처리하는 로봇은 더더욱 아닙니다.
난 그저 적은 돈을 쓰는 일에도 주저하고 내게 닥친 작은 파도를 두려워하고 조금만 몸이 아파도 겁부터 내는 초로의 작은 남자일 뿐입니다.
그런데 다들 내가 훌륭한 부모이고 남편이고 무슨 일이든지 잘 처리하는 참아내며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정의감 높은 사회인일 것이라고 더러 짐작하는 것 같습니다.
난 그저 소박하게 겁 많고 눈치 보며 살고 있는 이 시대의 평범한 누구의 아버지이고 누구의 남편이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소시민일 뿐인 그런 사람입니다.
문득 어깨가 무거워지고, 가슴이 답답한 날 하소연입니다.
알 수 없는 우울함이 밀려오는 날, 마음속으로 혼자 하는 말, 넋두리일 뿐입니다.
새겨듣지 마시고 이내 봄눈처럼 사라질 감정일 뿐입니다.
그런데 별일 아닌 일에 눈물이 나고 자꾸 힘들어지는 그런 날입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모두 지나가는 일이고 내일이면 언제 그랬냐 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들 그렇게 하며 살아가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야지요.
갓 피어난 봄꽃 한 송이에 쉬 사라질 그런 마음을 뭐 대단한 일이라고 어렵게 썼습니다.
별일 아닙니다.
누구라도 그러하겠지요.
사랑합니다.
2024년 4월 7일.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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